동네 뒷산 '산스장'과 동네상권 '슬세권'에 몰리는 사람들
[경향신문]
재택 늘고 원거리 이동 부담
집 근처 등산·쇼핑하기 확산
온라인상 관련 정보들 ‘풍성’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직장인 A씨(35)는 평일에 재택근무를 마친 뒤 어김없이 인근 불암산을 찾는다. 그는 “집에만 있다 보니 뱃살은 늘고 우울감도 커져 동네에서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집 근처 산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회사에 가까운 강남구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다가 녹지가 많은 노원구에 계속 살기로 마음도 바꿨다. 주말에는 동네 편의점을 누비면서 ‘세일 품목’을 구매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A씨는 “이제는 동네가 출퇴근 거점이 아니라 머물며 생활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고, 원거리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산스장’과 ‘슬세권’이 뜨고 있다. 산스장은 ‘산’과 운동을 하는 ‘헬스장’의 합성어이고, 슬세권은 ‘슬리퍼’ 차림으로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한다.
감염병 확산으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이동 양상이 달라지면서 도심 속 풍경도 급속도로 바뀌는 것이다.
대학생 B씨(24)는 요즘 나홀로 동네 시장을 누비는 재미에 푹 빠졌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자취 중인 그는 카페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할 때마다 인근 금남시장에 들러 장을 본다. B씨는 식재료를 구매한 뒤 유튜브를 보면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도심 맛집 대신 직접 요리한 사진들로 채워지고 있다. B씨는 “산책 삼아 시장에 다니다 단골 가게도 생겼다”며 “미리 결제해 놓은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생활비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동네 상권 이용 흐름은 소비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18일 서울시와 신한카드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동으로 상권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명동과 이태원 등 주요 도심 상권의 매출액 평균은 전년 대비 71%에 머무른 반면 지역 상권은 전년의 89% 수준을 유지해 코로나19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동인구도 서울 중구는 평일의 경우 29.8%, 주말의 경우 38.6% 감소했다. 반면 중랑·은평·강동구 등 외곽 지역의 유동인구는 평일에 0.2%, 주말에 2% 증가했다.
BC카드 데이터사업팀도 집에서 반경 500m 이내에서 소비하는 단거리 고객이 2018년 21.2%에서 2020년 24.1%로 늘었다고 밝혔다. 임세현 BC카드 데이터사업팀장은 “코로나19 시대에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슬세권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가 지역으로 다원화되고 분산이 촉진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도 슬세권 정보가 풍부해지고 있다. 지역 사람들끼리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인터넷 커뮤니티 ‘당근마켓’에는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동네 알짜 정보가 공유된다. 당근마켓 이용자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전년도에 비해 3배가량 늘어 1200만명을 넘었다. 네이버도 올해 1월부터 당근마켓과 유사한 ‘이웃카페’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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