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백신 불안감 조장하는 여의도의 '아무 말 대잔치'
[경향신문]
“나머지 나라들은 화이자·모더나 같은 질 좋은 백신을 맞는다. 정말 창피하지 않나.”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18일 국민의힘 지도부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능 면에서 화이자·모더나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시기를 안전성을 이유로 보류했다”고 백신을 흔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취재하며 접한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밝혔지만, 각 의견에는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는 것, ‘백신별 차이를 부각해 불안감을 부추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더 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뒤에 ‘지금 뭘 해야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도 있다. ‘백신 접종 수용률을 높이고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일 것이다.
여의도에서 쏟아지는 백신 발언을 보고 있자면, 정치권의 목표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백신 안전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백신 간 우열을 내세우며 불안감을 조장하지만, 그래서 뭘 하자는 건지는 없다. 전문가들이 “하지 말라”는 것은 다 하고, “해야 한다”는 건 외면하는 식이다.
과녁도 수시로 바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보류를 놓고 “해외 임상시험 결과를 참고한 후 고령층 접종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가, 정작 정부가 그리하니 “가장 절실한 분들을 방치하는 셈”이라고 하는 집단의 지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안전하지 않다”고 하다,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국민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비판한다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
‘안면마비 부작용’을 언급하며 늦은 백신 도입을 항변하던 여당이나 “65세 미만은 맞아도 된다는 근거가 어딨냐”며 백신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야당에서 시민의 안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위기를 호출하는 정치를 시민들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무책임한 약속과 본질을 벗어난 공세 대신 정확한 상황 인식과 대안 제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조형국 | 정책사회부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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