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러진 '포용의 수'..내상 깊은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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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파동' 당사자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휴가원을 냈다.
청와대 바람대로 신 수석이 복귀해도 문 대통령이 이번 사의 파동으로 입은 내상을 치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문 대통령으로선 꺼낼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카드가 신현수 수석이었고, 이를 통해 유화·포용으로 국정 기조 전환을 시도했지만 사의 파동으로 원점 회귀할 상황이 됐다. 당분간 문 대통령도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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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말기 국정운영 부담 불가피
‘사의 파동’ 당사자인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휴가원을 냈다. 주말을 보내고 22일쯤 복귀할 예정이라 한다. 사의는 아직 철회하지 않았다. 청와대로선 사흘 남짓 시간을 번 셈이다. 신 수석이 사의를 고집할 가능성은 줄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현업에 복귀할 것이라 낙관하긴 이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에 잡았던 민생 집중 기조가 흐트러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신 수석의 휴가원 제출 사실을 전한 뒤 “(휴가에서 복귀할 때) 뭐라고 말씀이 있지 않을까. 충분히 숙고하시고 본래의 모습으로 복귀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신 수석이 휴가 기간 마음을 가다듬고 현업으로 복귀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신 수석이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무부의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법무장관의 ‘인사 패싱’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뒤 여러차례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신 수석의 ‘체면’을 세워줬고, 사의 표명 뒤에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러 채널을 가동해 신 수석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
청와대 바람대로 신 수석이 복귀해도 문 대통령이 이번 사의 파동으로 입은 내상을 치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대로 신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며 문 대통령과 친분을 맺은 뒤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법률지원역으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맡아 국정원 개혁을 이끌었고, 휴지기를 가진 뒤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 민정수석에 발탁됐다. 이런 그마저 문 대통령의 인사에 실망해 두달도 안 돼 사의를 밝혔으니, 문 대통령의 인사 방식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된 셈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여당 의원은 “정권 말기에 공직기강을 잘 잡아야 하는데 청와대 스스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과 신뢰도 역시 적잖은 손상을 입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대통령 의중’으로 봐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을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신 수석과 박범계 법무장관 간 조율이 안 된 인사안을 대통령이 모르고 재가했다는 식으로 설명할 뿐, 구체적인 보고와 재가 과정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대통령이 박범계 장관 손을 들어준 것인지, 아니면 조율이 안 된 안을 재가했다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결국 지난 연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 때 나왔던 ‘대통령의 뜻은 그럼 뭐냐’는 물음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의 파동은 문 대통령의 집권 말기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 ‘부동산 가격 폭등’의 삼중고를 겪으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뒤 법무부 장관을 교체하고 백신 도입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국정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추미애 라인’을 재신임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 이어 민정수석 사의 파동까지 거치며 ‘포용’이 아닌 ‘돌파’ 기조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문 대통령으로선 꺼낼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카드가 신현수 수석이었고, 이를 통해 유화·포용으로 국정 기조 전환을 시도했지만 사의 파동으로 원점 회귀할 상황이 됐다. 당분간 문 대통령도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완 서영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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