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난 신현수, 사의 쐐기? 재충전?..청와대는 전전긍긍
원리원칙 중시..박 장관 만류에도 사의 철회 '미지수'
[경향신문]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사의를 밝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사진)이 18일 휴가에 들어갔다. 신 수석은 휴가를 마친 후 다음주 월요일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신 수석에게 사의를 거둬들일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 중이지만 신 수석은 그만두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이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청와대는 자중지란 끝에 대통령의 참모가 두 달도 안 돼 그만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출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아침에 출근해 18~19일 이틀간 휴가원을 냈고, 휴가원이 처리됐다”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월요일(22일)에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출근해서 뭐라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신 수석이 휴가에 들어간 데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의를 거듭 반려하고 있고 여권 인사들도 지속적으로 접촉해 만류하고 있는 만큼, 신 수석이 시간을 갖고 사의를 재고한 뒤 정상적으로 복귀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른 한편에선 원리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신 수석이 자신과 조율되지 않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이 문 대통령 재가까지 이뤄지게 된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과의 관계를 풀어보겠다며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삼고초려해 불러들인 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만든 인사안을 결재한 데 대한 신 수석의 배신감과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이 가진 6대 중대범죄 수사권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는 검찰개혁 2라운드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검찰 출신으로서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신 수석이 역할을 할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신 수석이 사의를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검찰개혁·인사를 둘러싼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대통령이 재가한 인사에 대한 불만 때문에 민정수석이 그만두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며 수습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임기 말 ‘구원투수’로 투입한 신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부에선 “신 수석이 도를 넘는 것 같다. 저렇게 고집을 부리면 대통령에게도 상처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신 수석의 자존심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스스로 사의를 철회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갈등 표출의 직접적 계기를 만든 박 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아프다. 보다 더 소통하겠다”고 사실상 유감을 표명한 것도 신 수석이 마음을 돌릴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장관의 이런 만류 노력이 신 수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여론 악화는 물론 문 대통령의 리더십 손상과 국정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주영·박은하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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