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버린 뒤 3달, 사진 올리며 "사랑해, 말 좀 듣자"
일상을 드러내는 소셜미디어는 반대로 감추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의 함정은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확인됩니다. 경북 구미에선 친엄마가 세 살 된 딸을 빈집에 두고 와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친엄마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걸로 추정되는 딸의 사진을 입수했습니다. 옆엔 "말 좀 잘 들으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땐 아이를 버리고 나온 지 이미 석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지 2주 된 아들을 숨지게 한 사건도 비슷합니다. 이 부부의 소셜미디어엔 아이를 향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걸 본 주변 사람들은 2주 된 아이를 때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윤두열, 정진명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한 소셜미디어에 올라 온 사진입니다.
한 아이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사랑해 말 좀 잘 들어줘 제발"이라고 적었습니다.
아이는 빈집에서 홀로 숨진 딸이고, 사진을 올린 건 친모 A씨로 추정됩니다.
아이를 혼자 두고 이사를 나온 건 8월인데, 11월에 이 사진을 올렸습니다.
주변에서 큰 아이가 없어진 걸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A씨는 딸을 버리고 나온 이후에도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이사 나오고 며칠 뒤 둘째를 낳았을 때도 사진을 올렸습니다.
올 해 초에는 "2021년 더 행복하자"고 지금 남편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씨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고 지낸 한 또래 엄마는 지난해 8월부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A씨 SNS 친구 : (아이 성을) O씨로 바꾸고 나서 첫째 사진이 몽땅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SNS에도 첫째 사진은 그냥 다 없애고 둘째 사진만 올리더라고요.]
숨진 세살 아이는 부검이 이미 끝나 장례를 치르고 화장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한 A씨를 내일 검찰에 넘길 예정입니다.
[기자]
분유를 먹고 토했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2주 된 친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20대 부부.
하지만 아내인 22살 A씨의 소셜미디어에는 자식들과 남편에 대한 애정이 넘칩니다.
아들이 태어난 날 목욕 사진을 올리고 잘 키우겠다고 다짐합니다.
다음 날은 첫째 딸과 아들, 남편의 모습을 올렸습니다.
남편인 24살 B씨도 댓글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프로필 사진에는 남매 이름과 함께 '내새끼들'이라고 적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만큼은 자식들을 잘 키우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이후 아들의 사진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이 부부는 출산 후 집으로 돌아온 이달 초부터 아들을 7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침대에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첫째 딸은 같이 살지도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아동학대로 부모와 떨어져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 중입니다.
검찰로 넘겨지기 전 모습을 드러낸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한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해주세요.) …]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같이 아들을 때렸다고는 인정했지만 숨지게 된 책임은 서로에게 떠넘겼습니다.
아기는 마지막으로 폭행 당한 뒤인 지난 7일부터 제대로 먹지 못했고 병원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사흘 뒤인 지난 9일 자정쯤 숨을 거뒀습니다.
[심남진/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장 : (분유를) 못 빠니까 숟가락으로 막 떠서 먹여 보기도 했고 그랬어요. 근데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병원을 안 데려간 거지. 멍 때문에 (폭행이 들킬까 봐.)]
경찰은 부부를 살인과 아동학대 중상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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