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장비에 수차례 포착됐는데 왜?.. 알람 꺼놨을 가능성

박수찬 2021. 2.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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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귀순' 軍 조사 포인트는
관련 장비 모두 돌려보며 조사 중
"동물들도 감지돼 끈 사례 있어"
어느 쪽이든 인적 과실에 무게
신병확보에 3시간 소요도 문제
일제 점검했다는 배수로 또 뚫려
잠수복 입고 6시간 생존도 의문
한때 차단된 민통선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16일 북한 남성이 붙잡힌 것과 관련, 민통선 일반인 출입이 한때 차단됐다. 사진은 당시 민통선 출입문이 굳게 닫힌 채 통제가 이뤄지던 모습. 고성=연합뉴스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에서 발견된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헤엄쳐 뭍으로 올라온 것으로 밝혀진 이후 당시 군 경계 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추운 겨울바다에서 6시간을 수영해서 월남했다는 부분도 논란이 되는 점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의 합동조사도 이러한 의문과 논란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감시장비에 수차례 포착됐는데 왜?

휴전선을 비롯한 최전방 지역과 해안 일대에는 폐쇄회로(CC)TV나 열상감시장비(TOD) 등 다양한 종류의 감시장비들이 운용 중이다. 북한 남성이 수영을 통해 남쪽으로 넘어왔다가 붙잡히는 과정에서 군 감시장비는 여러 차례 이 남성을 포착했다. 최초로 식별된 때는 16일 오전 1시20분쯤. 이후 오전 2시까지 3번에 걸쳐 추가로 포착됐다. 포착 횟수 등은 합참과 지작사의 합동조사 과정에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군 소식통은 “관련 감시장비를 모두 돌려보면서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군에 설치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CCTV에 움직이는 물체가 포착되면 소초(소대본부) 상황실 컴퓨터 모니터에서 경고가 울리도록 설계됐다. 경고가 울리면 소초는 상부에 즉각 보고하고, 5분 대기조를 출동시킨다. 하지만 해당 지역 담당부대에서는 북한 남성이 16일 오전 4시20분쯤 휴전선에서 5㎞ 정도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CCTV에 포착될 때까지 사실상 아무런 대응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CCTV를 관할하는 부대가 경고를 껐거나 소리를 줄였을 가능성, 인지는 했으나 북한 남성의 월남이라고 판단하지 못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어느 쪽이든 인적 과실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CCTV에 동물이 감지돼도 경고가 울려 소리를 줄이거나 끈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장관. 뉴시스
서욱 국방부 장관도 17일 국회 국방위에서 “과학화 시스템은 보조수단이고 실체는 운용하는 사람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엄정한 작전 기강과 매너리즘 타파 등에 대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CCTV 포착 이후 대응

군은 16일 오전 4시20분에 검문소 CCTV로 북한 남성을 포착했지만,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는 오전 6시30분이 넘어서야 발령했다. 군이 북한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시간은 오전 7시20분. 몸에 낙엽을 덮고 있던 이 남성은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북한 특수부대 요원도 아닌 민간인을 체포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지역에서 이 남성은 아무런 제지 없이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온 것도 의문이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은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온 사건 직후 군 당국이 경계시스템을 보강했다고 밝힌 곳이다.

◆배수로 뚫린 이유·겨울철 장거리 수영도 의문

군은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탈북자가 훼손된 강안 철책 배수로를 통해 한강 하구를 건너 월북한 사건이 발생하자 해안·강안 배수로를 전수조사하고 보강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북한 남성이 배수로를 뚫고 들어오면서 “보강이 제대로 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7일 국회 국방위에서 “지난해 7월 강화 배수로가 뚫린 후 8월 1일부로 전수조사해서 조치를 끝냈다고 보고받았다”며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새 철조망이 녹슬었나”라고 비판했다. 군 당국은 철책 배수로가 훼손된 시기와 보강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뉴시스
20대 초반의 북한 남성이 겨울철 바다를 6시간 헤엄쳐 왔다는 군 당국의 설명에 대해서는 군 관계자들도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시 동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어 높은 파도가 일었고, 해수 온도는 8도에 불과했다. 방수복을 입었다고 해도 추운 겨울바다에서 6시간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 군이 미 해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해수 온도에 따른 생존 가능시간에 따르면 8도에서는 생존 가능시간이 2시간15분 정도다. 목선이나 부유물 등을 이용해 남하했다가 동해안 인근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해안에 상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방수 잠수복(드라이슈트)을 입었을 때는 6시간 이상을 버틸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군 소식통은 “드라이슈트 안에 옷을 껴입고 체온을 유지한다면 8도에서도 생존 가능시간은 제한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남성이 체포됐을 때, 옷이 젖지 않은 상태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가 이뤄질 때까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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