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바이든의 첫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편집자주
20여년 미 연방의회 풀뿌리 활동가의 눈으로 워싱턴 정치 현장을 전합니다.
백악관에 입성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벽의 초상화 액자를 교체했다. 트럼프가 걸었던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 액자를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로 바꾼 것이다.
앤드루 잭슨은 독립전쟁의 영웅이지만, 원주민인 인디언을 대량 학살했고 많은 흑인 노예를 부린 농장주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국민 복지를 핵심으로 하는 뉴딜정책을 추진해 대공황의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 유명한 테네시 계곡 개발공사(TVA)가 그 대표적 결과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연합군을 결성해 참전,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왕국, 그리고 일본 제국을 상대로 싸워서 승리로 이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경제위기, 인종불평등이란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루스벨트대통령의 리더십을 모델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루스벨트의 리더십 가운데에 한 가지 약점은 그가 외교·안보 정책을 지나치게 독단으로 결정 추진한 일이다. 스탈린에 대한 그의 미묘한 태도는 지금까지도 역사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후임인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에 회의체인 국가안보회의(NSC)를 설치했다. 1946년의 일이다. 이후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모든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에 NSC 기능을 고수해 왔다. 오로지 트럼프정부에서만 이를 무시했다. 바이든의 백악관은 NSC가 국정 논의의 중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외교정책 대부분을 부인하고 그 이전의 상태로 원상 복귀시키는 일로 취임 첫 열흘을 보냈다. 트럼프의 정책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고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도 달랐다. 바이든은 새 정부를 구성하면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정부기관 간 토의와 협의를 무시한 채 거의 독단으로 정책을 개조하고 폐기하고 성명을 발표했던 트럼프의 방식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 만에 NSC가 열렸다. 지난 1월 28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소집한 첫 안보회의다. 국가안보보좌관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NSC를 무시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말로는 그래서 이날 개최된 안보회의가 1년 만에 처음 열린 것이라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의장인 대통령을 포함해서 아직 상원의 인준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장관급 위원들이 전원 참석했다. 대통령이 주재한 첫 안보회의에서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내각 구성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일일 정보 브리핑도 공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이 정부기관과 외교정책 지침을 공유하여 이들 기관이 대통령에게 최선의 정책 조언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NSC의 고유 기능이라고 했다.
지난 2월 1일 국무장관으로서 첫 인터뷰에 나선 토니 블링컨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외교정책을 발표하는 데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탄압하는 푸틴 러시아대통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도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만 답했다. 중국에 대해서 트럼프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 대해서도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고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검토 중입니다"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홍콩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답을 했다.
미국·북한 관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한국도 트럼프와 김정은 간 싱가포르 회담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바이든정부 외교·안보팀의 작동 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우선이지 않을까.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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