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명 확진' 단순 재난문자 폭탄.. "더는 못 참겠다"
확진자 수·동선 정보·검사 안내 등
지자체 따라 세부지침은 제각각
일부지역 '확진자 없음'까지 보내
인접 지역 알림도 받아 '공해' 인식
긴급상황서 제역할 못할 우려도
행안부, 잇단 지적에 "개선 고심"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내용의 재난문자를 받는다. 박씨가 근무하는 중구를 비롯해 이웃한 종로구나 용산구, 심지어 멀리 있는 성동구에서 문자가 오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해당 지역 구청에서 보내는 문자를 받는다. 대부분 해당 자치구에서 그날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자치구에 따라 참고하라며 홈페이지 인터넷주소(URL)를 보내기도 하는데, 접속해도 ‘동선은 조사 중’이란 안내만 나올 때가 많다. 박씨는 “확진자가 매일 수백명씩 나오는 상황이라 각 구에서 확진자가 몇명 발생했는지는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다. ‘어쩌라는 건가’란 생각도 든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재난문자 알림을 켜놨는데 긴급한 사안이 아닌 문자들로 알림이 울릴 때면 귀찮아서 끄고 싶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휴대전화에 울리는 재난문자도 일상이 됐다. 재난문자는 코로나19 정보를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단순히 각 지역의 확진자 수를 안내하는 문자도 많아 시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문자 발송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34건이었던 전국 재난문자(코로나19, 천재지변, 대형사고 등 포함) 발송 건수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577건으로 약 20배 늘었다. 2·3차 대유행이 발생한 지난해 8·12월에는 한 달에 1만건 넘는 문자가 발송됐다. 지난달에도 9159건에 달한다.
기지국 상황에 따라 전송 범위도 다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목동에 있는데 강동구의 확진자 발생 정보가 재난문자로 와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기지국 위치에 따라 먼 곳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다”며 “기지국이 산 위에 있는 경우 전파가 멀리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서만 하루 2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각 구청이 구 단위의 확진자 수를 재난문자로 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모(36)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아주 적은 경우라면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정보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구에서 몇 명 나왔는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다”며 “구가 아닌 서울 단위로 보내거나, 특정 시설 방문자는 검사를 받으라는 식으로 긴급하고 필요한 내용을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난문자가 남발되면 시민들이 재난문자에 무감각해지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한다. 정영진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재난문자를 과도하게 발송하면 ‘양치기 소년’처럼 효용성이 떨어지고 반감마저 불러올 수 있다”며 “발송 주체를 지자체보다 상급기관으로 줄여 관리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행안부 관계자는 “피로감에 공감하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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