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쓰레기를 예술로.."다음 세대를 위해"

이화연 2021. 2. 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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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전북 문화예술인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듣는 〈문화 K〉 시간입니다.

오늘은 다음 세대를 위해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들을 만나봤습니다.

이화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은한 향을 품은 연분홍 모란.

그 향에 취한 듯 나비가 날갯짓을 합니다.

바람보다 가벼운 민들레 씨는 자유롭게 하늘을 납니다.

모두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겁니다.

스스로를 환경작가라고 부르는 김덕신 씨.

10년 전 군산 비안도 초등학교에서 미술 강사를 하면서 해양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쓰레기들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그걸 간과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그걸 주워오다 보니까 작품에까지 이르게 된 거예요."]

처음엔 바다에 떠밀려온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했는데, 하다 보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물감으로 다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그 아크릴 물감도 제 2의 오염물질이 되더라고요. 과연 내가 환경작가를 표방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제 2의 오염물질을 작품이라는 명명하에 발생시키는 게 아닌가…. 깊은 성찰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래서 선택한 게 폐비닐과 종이.

색을 덧입히는 것도 생략했습니다.

색과 글자를 그대로 살리니 쓰레기 자체가 작품이 됩니다.

["(이건 직접 따로 만드신 거예요? 어떤 거예요?) 그림 같죠? 쇼핑백에 그대로 있는 그림 그대로를 활용한 거예요."]

작품에 쓰고 남은 재료는 또 다른 작품 소재입니다.

["(이건 어떤 걸 표현하신 거예요?) 지금 이건 미완성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벨탑을 의미했어요. 그동안의 썼던. 제가 이런 작품을 하면서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들이에요. 찌꺼기 비닐이에요. 그것들까지도 버리지 않고 모았는데..."]

환경 공부도 합니다.

["(작품활동 하시면서 환경 지식이 많이 늘겠어요?) 그렇죠.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해요. 그리고 그린피스나 환경운동연합 가입해서 후원도 하고 거기서 자료도 많이 받고 공부를 많이 해요."]

돈도 되지 않고, 관심도 덜한 '정크 아트'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환경 작가가 돼야 되겠다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툰 베리라는 환경운동가, 17세 소녀의 메시지 때문인데요. 지금의 기후변화 어른들 책임이다라고 하는 강한 메시지를 줬거든요. 그 소리에 저는 진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망가진 그물과 밧줄, 낚시 도구가 가득한 곳. 김덕신 작가의 작업실입니다.

제자와 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미술 수업이자 환경 수업입니다.

[임해인/김덕신 작가 ·제자 : "(낚시꾼들을 보면서 그떄 우리 해인이가 어떤 생각을 했었던 거 같은데?) 쓰레기 버리고 갈 거면 차라리 오지 않는 게 낫겠다..."]

버려진 막걸리병, 꽃이 됐습니다.

[임해인/김덕신 작가 제자 : "원래 이렇게 만들려면 (재료들을) 사야 되잖아요. 근데 쓰레기를 주워서 이렇게 만드는 게 재활용하기에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환경작가라는 길. 때론 힘들고.

[김덕신/환경작가 : "아직까지는 환경작가에 대한 부각이 안돼서 그런지 작품의 판로가 전혀 없는 상태예요."]

때론 외롭지만 이젠 그만둘 수 없게 됐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함께 참여하는 동료들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요. 그들이 있다면 함께 공조해서 더 큰 사업, 더 큰 일, 더 큰 환경운동을 해보고 싶은 게 저의 소원이죠."]

환경운동이라고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많은 사람에게 일단 감성을 자극해주고 그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환경운동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찌그러지고 녹슨 부품이 잔뜩 쌓여 있는 자동차 정비소.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작은 미술관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 말은 생동감이 넘치고 늙은 거북의 딱딱한 등껍질과 으르렁대는 개의 표정에는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정비소 주인 강래구 씨가 못 쓰게 된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녹슨 철재를 자르고 나사를 붙이니 사슴의 뿔과 눈이 됩니다.

처음엔 일하다 틈틈이 취미로 시작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지금은 또 다른 직업이 됐습니다.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무주라는 곳은 자연하고 환경을 굉장히 중시하거든요. 저도 제 직업에 대해서 만큼은 환경을 보존하고 살리고 싶어서 만들게 된 거죠."]

집 근처 미술관에서도 강 씨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과 지구의 공존을 표현한 의자는 자동차 배기통으로 만들고,

["(돌아가는 건 뭐예요?) 애는 차량 동력 전달하는 부속이거든요. 요게 망가지면 차가 나가지가 않죠."]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대략 2만 개. 작품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부품들 보면 아. 이건 뭘로 좀 써야되겠다 이런 게 떠오르시나 봐요?) 적재적소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부속이 얼마만큼 거기에 잘 맞는가. 그렇게 생각도 하고. 또 부속을 찾아요. 부속은 많이 있지만 아무거나 붙이지는 않고요."]

요즘엔 주로 도깨비 얼굴을 만듭니다.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치우라는 존재는 전쟁에서 한 번도 지지 않는 불패신화 같은 그런 존재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무주의 코로나를 지키기 위해서 치우천황은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작품 하나 만드는 시간은 길게는 여섯 달.

제값 받고 팔지는 못해도 보람을 느낍니다.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버려지는 고철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졌다고 주위에서 보기 때문에 그런 칭찬도 듣고 환경 관련 응원도 많이 해주니까 그래서 그게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쓰레기를 예술로 만드는 사람들.

쓸모없고 버려진 것들에 정성 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유는.

다음 세대를 위해섭니다.

[강래구/'정크아트' 작가 : "버려지는 것 가지고 작품도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잖아요. 이런 거 보면서. 실생활에 쓰는 거 소중히 쓰고 함부로 버리지 말고 굳이 버리고 싶다면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고 항상 환경을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덕신/환경작가 : "내가 누렸던 자연환경, 아름다움 그런 감성들을 우리 후배들이, 후손들이 끝까지 죽을 때까지 나처럼 누리고 살기를 원해요."]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이현권/편집:공재성

이화연 기자 ( y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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