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안구단]북한 인권이냐, 핵 문제냐..미국은 뭘 먼저 집을까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자연스레 새로운 한반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우리로선 얼어붙은 북ㆍ미 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가 최우선 관심사입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기자에게 "미국에게 북한 문제는 '최우선은 아니지만 꽤 상위권에 있는 어젠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금 '정책 리뷰' 중
당장은 북ㆍ미 간 대화 재개도, 우리 정부의 중재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은 한반도 정책을 새로 짜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도 "정책 리뷰 중"이라고만 답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실행할 정책 전반을 살펴보고 주요 내용을 추려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만큼 당장은 논의 할 '재료'가 없다는 겁니다.
코로나19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보통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를 신호탄으로 고위급들의 해외 출장이 잦아집니다. 새로운 상대와 상견례를 하는 동시에 통신망으로는 나누기 어려운 긴밀한 얘기도 주고받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은 오히려 빗장을 걸고 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16일 "대통령이 백악관에 해외 정상을 초대하려면 두어 달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각국 정상은 물론 외빈 방문 자체를 엄격히 막는 분위기"라는 게 외교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행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모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상황은 북한도 마찬가지지요.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챙기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국제기구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아직 접종 계획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도발' 없었던 광명성절…다가오는 한미연합훈련 변수
북미 간 소통은 없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은 조용히 넘어갔지만 3월 둘째 주로 계획된 한미연합훈련을 전후로 북한이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은 "미국의 정책 수립 시기에 도발을 하면 제재를 더 강하게 하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북한이 존재를 과시하려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엇갈리는 두 가지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북한 인권특사 부활할 듯,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미국이 4년 간 공석이었던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특사 임명이) 의외로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라며 "바이든 정부는 핵 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인권 등에도 관심을 두는 '가치 중심 외교'에 강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JTBC의 이메일 질의에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 맞춰 특사 직책을 채우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여기에 북한 인권특사도 포함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동시에 눈여겨볼 게 하나 더 있다고 했습니다. 핵 문제를 주로 다루는 '대북정책특별대표' 자리는 언제, 누구로 채워질 것인지입니다. 이 소식통은 "우리 정부는 지속해서 미국에 북한 전담 조정관을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권특사가 먼저냐,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먼저냐가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력 배치에 대해 검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현재로선 사실상 원론적인 답변을 JTBC에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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