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모임 등 개인 행위 규제 더 강화한다..영업제한은 최소화
거리두기 1·2·3단계로 단순화, 격상 기준 완화
가족·직장동료 등만 만나는 '소셜 버블' 개념 도입 검토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한편, 개인의 외출·모임·행사 등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개편할 방침이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 외에 추가로 개인 간 접촉을 줄일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행이 확산되면 가족이나 직장동료 등 매일 보는 집단(소셜 버블·social bubble)과만 만나도록 하는 조처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18일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방향’을 보면, 앞으로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거리두기는 현행 5단계보다 단순화되고 격상 기준도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한 거리두기 체계는 1→1.5→2→2.5→3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나, 너무 세분화돼 있어 0.5단계씩 올릴 때마다 국민들에게 주는 신호가 불분명했던 점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3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거리두기 개편 토론회에서 생활방역(0단계)과 1·2·3단계로 구성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제안했다. 단계 격상 기준도 의료대응 여력이 확대된 점을 고려해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개인활동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는 반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 규제는 최소화할 방침이다. 감염 위험이 높은 외출과 모임·행사 등을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규제하는 한편,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구상권 청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 외에 추가적인 개인 활동 규제 방안도 마련된다.
특히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셜 버블’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을 비눗방울로 싸듯 집단화해 그 안에서는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거리를 두는 방역 전략이다. 주로 가족·친구 등 10명 미만 단위로 묶어 이들 외의 사람들을 만날 땐 2m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 여러 버블에 동시에 참여해선 안 되고, 버블을 자주 또는 마음대로 바꿔서도 안 된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적용해 캐나다·영국·독일 등이 채택한 방법이다.
이에 비해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는 최소화하고, 대신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역수칙이 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동일 업종의 모든 시설에 대한 일률적인 운영제한·집합금지 조처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던 점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신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인원 제한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복지부는 “감염경로 중 ‘확진자 접촉’(36%),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조사 중’(23%)도 가정,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감염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인의 방역수칙 자율적 준수에 의존해 시설 규제를 완화했을 때 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과 치료제 사용으로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1% 이하로 내려가면 거리두기 격상 기준을 더욱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치명률이 현재 1.8%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면 하루 환자가 2500~3000명 발생해도 중환자 병상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재택 치료도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백신 접종 결과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렵고 5~6월께 기준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체계 개편 방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천병철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정부에서 거리두기 단계 체계를 바꿀 때는 이전 체계가 효과적이었는지 계량적으로 평가해서 근거에 기반해 개편을 해야 하는데, 반발이 일면 풀고 없으면 조이는 식으로 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특히 겨울철엔 언제든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완화하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완화를 추진한다면 그런 부분을 명확히 설명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신 접종 시기와 규모를 지금보다 더 앞당기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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