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찢어놓은 美..에너지·車·반도체부터 유통·물류까지 '전방위' 타격

방성훈 2021. 2.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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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생산 필요한 원유·가스 공급 '뚝'
반도체 공장 셧다운..車 업계 직격탄
유통·물류·석유화학·항공·건설 마찬가지
백신 접종도 지연..美경제회복 걸림돌
(사진=뉴시스/A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례적 한파에 미국 산업계가 멈춰 섰다. 제조업 공장들은 대부분 폐쇄됐고, 물류·유통 업체들은 영업을 중단했다. 도로가 꽁꽁 얼어붙어 차량 운행이 제한된데다 전력마저 끊기면서 애플스토어와 월마트 등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들도 문을 닫았다.

전력 생산 필요한 원유·가스 공급 ‘뚝’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덮친 한파가 미 자동차 제조업체, 소매판매 업체, 배송 업체 등에 광범위한 타격을 입혔다”며 “이들 업체는 미 남부와 중서부 대부분 지역에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CNN방송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파가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들 지역 대부분 기업들이 2~3일간 문을 닫았다고 썼다. 전력이 끊겨 공장 기계를 돌릴 수 없는데다, 난방을 위한 연료 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란 게 이들 매체의 설명이다.

대다수 공장 및 매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유 및 가스 생산마저 중단된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부분 정유공장과 송유관이 가동을 멈추면서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석유와 2억8000만㎥ 이상의 가스 생산이 중단됐다. 로이터통신은 텍사스에서 하루 평균 정제유 생산이 33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 전체 하루 평균 정제량의 18%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전체 가스 공급의 약 20%가 끊겼다”며 “걸프만의 에너지 공급 손실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뉴시스/Xinhua)
반도체 공장 셧다운…자동차 업계 직격탄

제너럴모터스(GM)·포드·닛산·도요타·혼다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력공급 중단·천연가스 부족·급격히 낮아진 온도 탓에 텍사스·인디애나 등지의 공장 가동을 임시 폐쇄하거나 운영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텍사스 공장들이 일제히 폐쇄되면서 향후 생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날 미 오스틴에너지는 산업용 전력을 쓰는 기업들에 전력 공급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공장 폐쇄 또는 휴무를 요청한 바 있. 이에 삼성전자·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스·독일 인피니언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췄다. NPX·인피니언은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기존 생산 계획을 축소했던 자동차 기업들은 이번 한파로 인해 물량을 더 줄여야 하는 위기에 놓인 셈이다. 반도체는 다른 부품들과 달리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공급처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만 전 세계 자동차 100만대가량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물류·석유화학·항공·건설 등까지 피해 확산

석유화학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정제설비가 밀집해 있는 걸프만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멈추면서 미국 에틸렌 전체 생산량 중 61%가 공급이 끊겼다. 프로필렌과 유체도 각각 59%, 22%가량씩 생산이 중단됐다. 유통·물류 업체들은 물론 IT업계까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월마트는 남부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500개 이상의 지점을 폐쇄했다. 식료품 및 약국 체인업체 CVS는 775개 매장을 닫았고, 월그린 역시 텍사스 내 200여개 매장이 정전으로 영업할 수 없는 상태다. 애플 역시 미국 남부지역 상당수 매장문을 닫았다.

페덱스와 UPS 등 택배 서비스 업체들도 도로가 얼어붙은 특정 지역에 대한 배송을 연기했다. 페덱스는 최대 허브인 테네시주 멤피스 허브에서 시간당 50만개의 배송물건을 분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역시 텍사스·아칸소·일리노이·오클라호마·미주리·테네시·인디애나·켄터키 등 8개주 일부 시설을 임시 폐쇄했다.

하늘길도 막혔다. CNN방송은 미 항공 운항 80%를 차지하는 4대 항공사 아메리칸·유나이티드·델타·사우스웨스트가 전날 2450편의 운항을 취소한 데 이어 이날도 2220편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한파가 석유·가스 생산 외에도 주택 건설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AP)
코로나發 재택근무…예상보다 피해 크지 않을 수도

관건은 경제적 피해다. 일각에선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지속하는 상황이었기에 예상보다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렇더라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이례적으로 발생한 한파여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더 속출하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당장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미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기상분석업체 어큐웨더는 이번 한파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최대 50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NYT는 “팬데믹으로 수백만명이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경제적 피해 비용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전력이 끊기면 재택근무에 필수적인 인터넷 연결도 중단된다”고 지적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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