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 사칭에..두 번 우는 美 대학 소수자들
[EBS 저녁뉴스]
미국 대학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소수자들을 사칭하는 백인 학자들인데요.
백인 학자들이 유색인종처럼 행세 하면서 혐오발언을 하는 식으로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백인학자들이 백인이 아닌 척을 한다,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황대훈 기자
CNN에서 보도한 내용인데요.
인터넷에서 남자가 여자인 척 한다던지, 여자가 남자인 척 하는 거랑 비슷한 사례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최근에 뉴햄프셔 대학의 한 백인 남성 교수가, 이주민 여성인 척 하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던 게 발각돼자 교수 자리에서 물러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가 미국에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제시카 크루그라는 교수가 스스로를 흑인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알고 보니 금발 백인 유대인이라는 폭로가 나왔고요.
인디언 원주민인 척 했다가 적발된 교수도 있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정말 황당한 일인데, 이 사람들이 그냥 다른 인종을 사칭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그 얼굴을 가지고 나쁜 말까지 늘어놨다는 거죠?
황대훈 기자
그렇습니다.
이주민 여성인 척 했든 백인 교수가 트위터 계정으로 했던 발언들을 보면 여성혐오적이거나, 인종차별적인 말들이었거든요.
백인들의 이미지는 나빠지지 않으면서 소수자들의 이미지는 깎아내리는 짓을 한 것이죠.
사회적인 해악이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학자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를 맡는다던가, 소수자들이 발언권을 빼앗아 버리기도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인디언 원주민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인디언 원주민들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주장해야 하는데 백인 학자가 멋대로 자기가 원하는 걸 발언하는 식으로 이 문제를 왜곡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대학들은 이런 사례가 적발될 때마다 계정을 삭제한다던지 그 학자들을 사임시키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소수자들 입장에선 차별도 억울한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군요.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하다보니 온라인 접속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디지털 자해를 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고요?
황대훈 기자
네, 미국 교육매체인 에듀케이션 위크에서 보도한 내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디지털 자해, 저도 처음 듣는 건데요.
사춘기 청소년들 가운데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해를 해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인데요.
디지털 자해는 신체적 자해말고 일종의 사이버폭력을 자기 자신에게 휘두르는 행태를 말합니다.
위스콘신유클레어 대학에서 사이버폭력을 연구하는 저스틴 패친 교수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sns 계정을 만들고 자기 자신에게 너는 왜 이렇게 멍청하냐, 혹은 왜 이렇게 못 생겼냐, 이런 폭언을 스스로에게 가하는 식으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2016년 미국의 12살에서 17살 학생 5500명을 조사했더니 5에서 6퍼센트에 달하는 비율로 이런 디지털 자해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고요.
남자아이들이 조금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청소년들이 왜 이런 디지털 자해를 하게 되는 걸까요?
황대훈 기자
패친 교수가 실제로 이런 디지털 자해를 하는 학생들에게 설문을 해보았더니요.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관심을 받기 위해, 누가 자기를 도와줄 것인지를 보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는 응답이 많았고요.
남자아이들은 지루해서, 웃기려고 그랬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엄연한 사이버 폭력인만큼 이런 상황을 발견하면 학생과 대화하고,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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