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 저소득층 피해 더 커.. 상위 20%만 근로소득 올라 [더 벌어진 빈부격차]
1분위 근로소득 감소율 13.2%
재난지원금, 고소득층 더 혜택
이전소득 25.1%↑ 최대 증가
지난해 4·4분기 전 계층에 소득이 고루 상승했지만 이는 정부의 재난 지원금으로 인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이 떠안았다. 고용한파에 다른 근로소득 감소가 임시·일용직에 몰린 저소득층을 강타한 게 영향이 컸다.
■소득 증가 착시…재난지원금 한 몫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농림어가 제외)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증가율은 3·4분기(1.6%)보다 크지만 세목을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근로·사업소득을 상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3차 확산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 근로소득은 0.5% 감소했다.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영업 경기가 부진해 사업소득도 5.1% 감소했다.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는 지난해 2·4분기가 처음이었다가 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가계 소득을 떠받친 것은 이전소득이다. 이전소득은 63만6000원으로 25.1% 늘어 4분기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과 수당 등 공적이전소득(41만7000원)은 22.7% 늘었다. 친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22만원)도 30% 증가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9월과 10월에 나뉘어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에 따른 사회수혜금이 증가했다"며 "10월의 추석 연휴로 인해 가구 간 사적이전소득이 증가한 영향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고용 쇼크, 하위 20% 피해 막급
계층마다 줄어든 소득 세목은 달랐다. 1분위 가구(하위 20%)의 근로소득(59만6000원)은 13.2% 급감했다. 2분위 가구 역시 5.6% 감소했다. 3분위와 4분위 가구의 소득이 각각 0.0%로 보합을 기록했으며 5분위 가구(상위 20%)만 721만4000원으로 1.8% 증가했다.
사업소득은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1분위 가구(27만9000원)가 6.2% 증가한 반면 5분위 가구(182만7000원)는 8.9% 급감했다. 5분위의 사업소득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4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3분위와 4분위의 사업소득 역시 각각 5.7%, 5.1%씩 줄었다. 사업소득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계층 간 소득 양극화는 갈수록 벌어졌다. 되레 재난지원금은 고소득층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전소득 증가폭이 1분위(16.5%), 2분위(15.9%)보다 3분위(19.7%), 4분위 (45.5%), 5분위(36.3%)에서 더 크게 올랐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1분위 가구원 수 평균이 2.43명인데 5분위는 3.46명이라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이 더 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많은 1분위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 감소율이 13.2%였는데 이는 2018년 4분기 -36.8%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해 소득 분배 악화를 더 키웠다. 아울러 가계의 지출은 1분위 가구가 월평균 188만5000원으로 1.4% 늘어난 반면 5분위 가구는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소득층의 소비가 더욱 빠듯해진 셈이다.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두 분기 연속 분배가 악화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면서 "코로나19 취약업종·계층에 대한 피해지원 노력을 지속·강화하는 한편, 위기 이후 양극화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포용적 회복'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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