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버틴 가계 살림..'K자 형' 양극화 우려
통계작성 후 첫 3분기 연속 줄어
저소득층, 재난지원금으로 버텨
◆재난지원금으로 버틴 가계 살림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농림어가 제외)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은 340만1000원으로 0.5% 감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고용 한파의 영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소득은 99만4000원으로 5.1% 줄었다. 4분기 기준으로 모두 최대 감소폭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세 분기 연속 동반 감소했다.
소득은 소폭 늘고 비소비지출은 줄면서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417만5000원으로 2.3%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69.6%로 1.7%포인트 하락해 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26만9000원으로 8.2% 증가했고, 흑자율은 30.4%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악화하는 분배지표… ‘K자 형’ 양극화 우려
소득 계층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2만6000원으로 2.7% 늘었다. 두 계층의 소득증가율 격차를 벌린 것은 근로소득이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59만6000원)은 13.2% 급감한 반면 5분위 가구(721만4000원)는 1.8% 증가했다. 소득 하위 가구 근로자의 일자리가 임시·일용직 등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타격이 저소득층에 더 집중됐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2배로 전년 동기(4.64배) 대비 0.08배포인트 악화했다. 5분위 가구의 가구원수당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보다 4.72배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5분위 배율은 4.88배로 전년 동기 대비 0.22배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두 분기 연속 분배가 악화한 것이다. 정부 지원금 효과를 제거한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분기 7.82배로 전년 동기(6.89배)보다 1배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가 진정돼야 대면 업종에서도 일자리가 나올 텐데 쉽지 않다”며 “근로소득이 자꾸 떨어지는 상황이므로 공공일자리, 임시직이더라도 일자리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산업, 기업, 일자리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어려운 쪽에 소득지원도 필요하고, 그것으로 안 되니까 공공일자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더라도 비대면 소비가 당분간 진행될 것이고, 고용 구조가 전체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저소득층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단기적인 일자리 마련과 더불어 직업훈련 등 장기적인 측면의 일자리 관련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산업 생태계에서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돈이 잘 벌리는 쪽에서 창업, 일자리 창출이 잘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준영 기자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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