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마저 끊긴 저소득층..고소득층과 소득 격차 4.7배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2021. 2.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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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소득지표]
하위층 근로소득 13% 급감..현금 지원에도 '별무소득'
상위층 주머니로 들어간 재난지원금도 분배에 악영향
재정의존형 고용처방 한계 드러내..민간 일자리 늘려야
[서울경제]

# 서울에 사는 20대 청년 김진원(가명) 씨는 지난해 말 직원으로 채용돼 일하던 고깃집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일주일에 두 번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로 신분을 전환했다. 한 달 200만 원이 넘던 수입은 80만 원도 안 된다. 김 씨는 “가게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지금으로서는 알바를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저소득층에 더 크고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저소득층은 주요 일자리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했지만 소득 5분위(상위 20%)는 안정적인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저소득층과의 소득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이 저소득층의 소득 구멍을 일부 메워줬다고 하지만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땜질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수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164만 원을 벌어들여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 겉보기에는 선방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기간 1분위의 근로소득은 59만 6,000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지난해 4분기 34만 9,000개 줄면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소득 2분위도 지난해 4분기 중 근로소득으로 188만 2,000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쳐 전년 대비 5.6% 줄었다. 소득 3분위(303만 1,000원)와 4분위(427만 9,000원)는 근로소득 변동이 없었고 5분위(721만 4,000원)는 오히려 소득이 1.8% 늘었다. 코로나발(發) ‘K양극화’ 현상이 근로 소득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5분위 배율이) 악화는 됐지만 정부의 다각적 효과로 정책 개선 효과는 있었다”면서 “2분기 때는 재난지원금 규모가 커서 정책 효과가 높았지만 2차 재난지원금은 3~4분기에 나뉘어 지급돼 효과가 비교적 적었다”고 설명했다.

사업소득 분야에서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나타났다. 5분위가 사업소득으로 월평균 182만 7,000원을 벌어들여 전년 대비 8.9% 감소한 반면 1분위는 같은 기간 27만 9,000원을 벌어 6.2%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고용 없는 1인 자영업자의 수입이 사업소득에 집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이 일자리를 잃자(근로소득 감소) 1인 분식집을 열어(사업소득 발생) 돈을 번 셈이다. 일반적으로 가계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내외에 이르기 때문에 근로소득 대신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은 소득 안정성이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1분위와 달리 5분위의 사업소득(182만 7,000원)은 이 기간 8.9% 줄었다. 자영업 업황 부진에 따라 서비스업 생산(-2%)과 고용 있는 자영업자(-14만 명)가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빈자리를 메웠다. 1분위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재난지원금·연금)은 54만 3,000원으로 17.1% 늘어 결과적으로 1분위 총소득의 마이너스 전환을 막았다. 5분위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은 26만 9,000원으로 11.7%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 추석이 10월에 있었던 영향에 따라 추석 연휴 여파로 가족 간 용돈과 같은 사적이전소득이 36.3% 늘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분기 4.72배로 전년의 4.64배보다 0.08배포인트 더 올랐다. 이는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4.72배 더 많다는 뜻이다. 이 지표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악화됐다.

정부 지원금 효과를 빼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5분위 배율은 7.82배로 전년의 6.89배보다 1배포인트 가까이 확대됐다. 기재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직접 일자리 90만 개 이상을 제공하는 한편 취업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 고용 지원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규제로 민간 고용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한시적 일자리를 늘려봐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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