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제한 풀고 개인규제에.."다중이용 시설 위험" "완화하되 책임 엄히"
'소셜버블' 도입 이미 늦어..방역수칙 위반 정부서 적극 간섭 필요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방역당국이 영업금지를 최소화하는 대신, 개인활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8일 거리두기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방향' 자료를 공개했다.
정부는 확진자가 쏟아진 시설과 유사한 업종이 문을 닫거나 영업제한 조치를 내리던 방식에서 개인이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거나 이동을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억제하는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사적모임을 막아도 풍선효과(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로 다중이용시설에서 발병이 잇따를 수 있다며 정부에 일관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영업자 반발이 심하니까 국민 개개인의 행위를 제한하는 위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이동을 제한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또 "영업제한을 풀고 개인행위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면 풍선효과처럼 그간 집합금지했던 다중이용시설에서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영업시간을 완화한 데 대해 조심스레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외국처럼 인원 수 제한을 두고 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겠다는 얘기인데, 식사 때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감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선 말을 안해야 한다. 테이블마다 정식 공고문을 붙이고, 대화 때 마스크를 벗으면 CCTV를 확인해 벌금을 물리고, 서로를 위해 감시체제를 구축했으면 한다"며 강한 처방을 주문했다.
천은미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최소화하기로 한 만큼, 인원 수 제한을 두고 구상권 청구나 벌금, 감시체제까지 고려해 방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방침이라 일단 더 지켜봐야겠지만, 재정 지원을 해 주점을 셧다운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방역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문제"라며 "팬데믹 상황에서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적모임을 규제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영업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접촉과 사회활동이 늘면 전파 위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환자 발생이 다시 느는 추세인데, 거리두기를 개편해 단계를 완화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사적모임 규제가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주 교수는 "안 지키는 소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동안 인내하면서 협조해왔는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억압을 받으면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개인별 활동을 규제하는 방안으로 언급한 '소셜버블'에 대해서는 진작에 도입했어야 하는데 이미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영국이나 뉴질랜드처럼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일가족이나 이웃들끼리 안전하게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해 정신건강의 악화를 막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소셜버블'은 사람들을 비눗방울로 감싸듯 그 안에서는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거리를 두는 전략이다. 김우주 교수는 또 "정부에서 방역을 책임져야 하는데 국민에게 왜 책임을 떠넘기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원석 교수는 소셜버블을 권고의 관점에서는 이야기해볼 수도 있지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도 비슷한 조처인 것 같다면서 "사실 모임의 범위가 무 자르듯이 잘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위 면적당 입장 인원을 제한해서 식당 등의 영업시간 늘려주는 건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스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에서 교통정리를 하듯 간섭해야 한다. 백프로 자율이라는게 어딨겠나"라며 개인처벌 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대신 교회나 요양병원 등 집단발병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협조를 구해야지 아니면 다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율 교수는 이를 위해 "일정부분 제한을 완화하되, 그 조건으로 해당 시설 관리자에게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자율방역단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장 상인들이 모든 구역을 자율적으로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면, 시설을 이용하거나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선량한 다수의 노력과 무관하게 무책임한 행위가 계기가 돼서 집단발병 많다"며 "정부에서는 교회나 요양병원 등 환자가 많이 발생한 시설이나 행위에 대한 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시설의 개념에 대해서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석 교수는 "예전에는 특정업종을 제한할 때 이용자 필수시설이냐 아니냐를 고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자, 생업을 이어가는 분들에겐 모든 곳이 다 필수시설이 됐다"며 기존 방역체제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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