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거래 95%가 9억 미만인데..서민 부담 늘린 중개료 개편안
9억 미만 매매는 0.1%P씩 오르고
9억 초과 땐 수수료 0.2%P 낮아져
업계 "없는 사람이 더 내는 상황"
권익위 "상승 금액 크지 않아"
[경향신문]
부동산 가격 폭등 이후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주 개선권고안을 내놨지만, 서민들이 많이 거래하는 9억원 미만 주택 거래비용은 되레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권익위가 내놓은 4개의 권고안 중 제1·2안을 보면 부동산 거래금액 구간표준을 현 5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고정요율에 누진차액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2안을 적용하면 9억원 초과~12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율은 0.9%에서 0.7%로 낮아진다. 반대로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은 0.4%에서 0.5%로,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0.5%에서 0.6%로 각각 0.1%포인트씩 오른다. 1·2안은 권익위의 설문조사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채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1·2안을 적용할 경우 대다수 주택 구매자들의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중 9억원 미만 거래량은 81만3840건으로 전체의 95.2%를 차지했다. 고가 주택이 몰린 서울에서도 9억원 미만 거래량은 전체의 67.9%에 달했다. 수도권 기준으로도 90.8%가 9억원 미만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개선안에 따르면 5억9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가 295만원으로 기존 236만원보다 59만원(25%)이나 늘어난다”며 “현행 시장 요구를 반영한다는 미명 아래서민들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밝혔다.
중개업소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자금이 많고,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의 입장이 주로 반영된 이상한 권고안”이라며 “수수료율 개선이 필요하다 해도 전반적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없는 사람이 중개수수료를 더 내는 상황인 셈”이라며 비판이 일고 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위원장은 “(권익위의 1·2안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불만을 잠재우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다보니 9억원 미만 구간에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대다수 시민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에 따라 중개서비스 질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거래금액 구분 없는 단일 중개수수료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거래계약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인중개사에게 집 소개·알선 수수료를 지급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한 것 역시 약자인 세입자에게 불리한 방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마땅한 전셋집 하나 구하려 40군데씩 돌아다녀야 하는 세입자들도 있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은 집 보러 발품도 팔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일부 구간에서 현행보다 중개수수료가 상승하는 것은 1·2안 매매의 경우에만 한정되고 상승 금액도 크지 않다”며 “임대차의 경우 네 가지 안의 모든 구간에서 중개수수료가 대폭 낮아진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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