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딸·3살 아들 집에 두고 술 마시러 외출.. 딸 돌연사 후 친권 상실

엄마는 항소심 진행 중 극단적 선택, 아빠는 징역 4년 확정 / 법원, "친부의 아들에 대한 친권 상실시켜 달라" 檢 청구 인용

 
2년 전 3세 아들과 생후 3개월 된 딸만 집에 두고 술을 마시러 외출하는 등 방임해오다 딸이 분유를 먹고 숨지자 엄마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수감됐다. 최근 법원은 남은 아들에 대한 친부의 친권을 상실해 달라는 검찰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18일 의정부지검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법은 최근 A(30·남)씨에 대한 친권 상실을 선고했다. A씨는 아내와 함께 1주일에 2∼3회 어린 자녀들만 집에 두고 외출해 술을 마셨으며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 징역 4년이 확정됐다.

A씨는 2019년 4월18일 오후 6시쯤 경기 남양주시의 집에서 “밖에서 저녁 식사하자”는 아내 B(30·사망)씨의 전화를 받은 뒤 생후 3개월 된 C양, D(3)군 등 자녀 2명을 집에 두고 혼자 외출했다.

나가기 전에 C양에게 분유를 먹이고 엎드린 자세로 잠들게 했다.

식사를 마친 A씨는 오후 8시30분쯤 홀로 귀가했지만 C양을 살피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엄마 B씨는 지인과 술을 더 마시려고 구리시로 이동한 뒤 외박했다.

B씨는 다음 날 아침 다시 A씨를 불러내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출근했다. 이때도 A씨는 혼자 나갔다.

오전 9시30분쯤 집에 돌아온 A씨는 그제야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119 구급대에 신고했으나 생후 3개월 된 딸은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C양은 미숙아로 태어나 한동안 인큐베이터에 있었기 때문에 세심한 보호가 필요했지만 부부는 아기를 돌보지 않았다.

심지어 이 부부는 1주일에 2∼3회 C양을 집에 두고 외출해 술을 마셨다.

이웃의 신고로 경기북부 아동보호소 직원이 방문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C양의 엉덩이는 오랜 시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발진 탓에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고 한다.

부모의 방임에 아이들은 ‘비위생적인 집안 환경’에서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안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술병, 담배꽁초 등이 널려있고 청소를 하지 않아 악취가 진동했다.

A씨는 집안에서 담배도 피웠는지 곳곳에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두 아이의 몸에선 악취가 났고, 음식물이 묻거나 곰팡이 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결국 부부는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졌고 같은 해 11월 1심에서 A씨는 징역 5년을, B씨는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엄마 B씨는 항소심 진행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공소가 기각됐다.

A씨는 신체적으로 학대하지 않은 점 등이 참작돼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감형,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의정부지검 공판송무부(박대범 부장검사)는 지난해 1월 이들 부부를 상대로 남은 아들에 대한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이 이 청구를 인용하면서 아들 D군의 후견인은 아동보호센터 원장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문제로 대두된 아동학대 범죄 증가에 대응해 검사가 법률상 책임과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경우”라며 “앞으로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 아동이 상처를 치유하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