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또 다른 '미쓰비시 교수'는 시간문제일지도
"하버드대에 '미쓰비시 교수'가 있다니…."
2017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히 하버드대 로스쿨 커리큘럼을 보다가 처음으로 '존 마크 램지어'의 이름을 봤던 때 말입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 법학을 가르치는 '미쓰비시 교수'로 소개돼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인 위안부는 스스로 계약한 매춘부"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내놓으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그 '램지어 교수'였지요. 두 주 전 쯤부터 관련 논란으로 들끓고 있는 하버드대 내부 취재에 뛰어든 건 4년 전에 봤던 이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관계자들은 "그 미쓰비시 교수"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들을 끊임없이 알려왔고, JTBC는 본격적으로 심층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미쓰비시 교수' 탄생 배경
'램지어 교수 = 미쓰비시 교수'.
램지어 교수 논문 논란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의 기부 문화에 대해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대학은 기부에 열려 있습니다. 기부 입학도 우리보다 확실히 많지요. 학생도 그렇게 받지만, 교수 역시 기금 지원으로 계약되는 경우가 한국보다 많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6일 하버드대 학생들과 함께 한 화상 회견에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은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보이지 않는 일본의 입김 때문에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당시 하원 외교위를 공화당이 주도했는데, 일본 정부의 영향력이 뒤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로비를 시사하는 대목일 테죠. 혼다 전 의원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역사를 자기들에게 우호적으로 만들려고 미국에 700억 엔, 우리 돈으로 7천억 원 넘게 따로 예산을 잡고 홍보 자금으로 쓴다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특별 기금으로 '미쓰비시 교수'처럼 특별한 교수직을 미국 대학에 많이 만들려 한다"고도 했습니다. 회견에 참석한 줄리 탕 전 샌프란시스코시 고등법원 판사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로비가 강력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큰 로비 회사에 수 백만 달러씩 쏟아붓고, 비정부 단체도 동원한다"고 주장했습니다.
JTBC는 "미쓰비시가 1970년대, 하버드대에 100만 달러나 기부했다"는 사실도 보도해드렸습니다. (2021년 2월 17일 JTBC 뉴스룸 〈램지어 '교수' 자리…미쓰비시 100만달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일본의 드러나지 않은 기부금은 아마도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쩌면 램지어 말고도 또 다른 '미쓰비시 교수가 나오는 건 시간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램지어 교수 논문 곧 출간"
현재로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그대로 최종 출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램지어 논문을 출간하는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 측은 "에디터팀이 아직 조사 중이나, 3월호는 예정대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JTBC에 오늘(18일)도 알려왔습니다. 램지어 교수 역시 입장 변화가 없습니다.
어제(현지시간 16일) 하버드대 아시아 태평양 법대 학생회가 화상 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회견 이후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램지어 교수에게 다시 입장을 물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그가 논문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설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가운데 최고령이던 정복수 할머니가 9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이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우리나라엔 열 다섯 분만이 생존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일본 정부는 미국 대학에, 워싱턴 의회에, 통 큰 로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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