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대학 졸업식..학위복 품귀, 단체사진은 꿈도 못꿔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2021. 2.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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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이면 정들었던 캠퍼스를 떠나게 되는 중앙대 졸업생 이 모(26) 씨는 생각지도 않던 고민에 빠졌다.

생애 한 번뿐인 대학 졸업에 맞춰 부모님을 모시고 평생 기억에 남을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데다 학교 측이 준비한 학위복 대여 추첨에서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려대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이 졸업생들에게 빌려주는 학사모와 학위복 대여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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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탓 학사모 등 대여물량 줄어
비대면 행사에 '삼삼오오' 사진만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학생들이 서로 거리를 둔 채 삼삼오오 모여 졸업 사진을 찍고 있다. /주재현 기자
18일 서울 서대문구 서강대에서 졸업생들이 거리를 두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19일이면 정들었던 캠퍼스를 떠나게 되는 중앙대 졸업생 이 모(26) 씨는 생각지도 않던 고민에 빠졌다. 생애 한 번뿐인 대학 졸업에 맞춰 부모님을 모시고 평생 기억에 남을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데다 학교 측이 준비한 학위복 대여 추첨에서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사진을 찍는 게 오랜 꿈이던 이 씨는 결국 외부 사설 업체들을 통해 급하게 학사모와 학위복 대여를 수소문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2월 졸업 시즌이 한창이지만 예년과 다른 서글픈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졸업식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예전처럼 가족·친지, 친구들까지 한데 모여 사진을 남기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일부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사모와 학위복 대여 물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1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 사진을 찍으며 학사모를 하늘 위로 높이 던지고 있다. /김남균 기자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다수 대학은 축하 영상을 대학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의 비대면 방식으로 기존의 대면 졸업식을 대체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졸업생들은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취소되자 캠퍼스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동기와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졸업 사진 명소마저 코로나19로 폐쇄됐지만 졸업생들은 시간대를 나눠 삼삼오오 모여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있었다. 서강대 졸업생 김 모 씨는 “학위 수여식이 취소돼 아쉽지만 졸업 사진이라도 최대한 많이 남길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졸업 사진을 찍는 것도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고려대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이 졸업생들에게 빌려주는 학사모와 학위복 대여 물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뽑은 뒤 하루 세 번으로 나눠 졸업 가운을 대여해주고 있다. 고려대는 하루 대여 인원을 500명으로 제한하고 올해 졸업자는 평일, 지난해 졸업자는 주말에 학위복을 대여해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졸업 사진을 찍지 못한 채 졸업한 학생들까지 올해 졸업 사진 촬영으로 몰리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 졸업했지만 코로나19로 사진 촬영을 올해로 미뤘던 중앙대 졸업생 황남경(28) 씨는 “대학교 졸업식 사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촬영을 미룰 수 없고 졸업 가운도 빌릴 수 없는 노릇이라 그냥 사복이라도 입고 찍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고려대의 경우 올해 졸업생들은 평일에만 학위복을 빌릴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고려대 졸업생 문 모(24) 씨는 “졸업 가운을 빌리기 위해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의 현실을 감안해 대여 일정을 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학위복 대여에 실패한 학생들은 교내 커뮤니티를 통해 수소문하거나 업체에 직접 문의하고 있다.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학위복을 30분에 3만 원을 받고 빌려주겠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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