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틀어막자..지방 원정소비 3배 늘었다
경복궁 입장객 86% 줄고
경북 캠핑장은 2배 몰려
◆ 코로나 新풍속도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수도권 사람들의 '지방 원정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피해 조금 멀더라도 지방으로 가서 모임을 하거나 골프 등을 즐겼다. 18일 비씨카드 데이터사업팀이 가맹점 310만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셋째주 수도권 사람 한 명이 지방에서 결제한 평균 금액은 4만1514원으로, 8월 첫째주 1만8875원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였던 지난해 8월에 비해 2.5단계로 강화된 9월에 들어서면서 수도권 사람들의 지방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한 해 전국 주요 관광지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18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서울 경복궁의 경우 2019년 총 534만명이 찾았지만 지난해에는 71만명(3분기 기준)이 방문해 86%가량 급감했다.
반면 울산 편백산림욕장의 경우 2019년 방문객은 6만419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3만764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경북 칠곡보 오토캠핑장은 지난해 4만9392명이 다녀가면서 전년보다 2배가량 늘었다.
붐볐던 대표 관광명소 '한산'
미리 겁먹고 찾을 생각 안해
해외 관광객 감소도 '직격탄'
남이섬 방문 276만→49만명
한적했던 江·山·海 '북적'
영주 오토캠핑장 3월 풀부킹
예약오픈 몇분만에 바로 마감
자연휴양림도 하늘의 별따기
해마다 강원도 여행지로 남이섬을 택했지만 이번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행선지를 바꿨다. 남이섬 역시 야외지만 배를 타고 섬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과 접촉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씨가 찾은 춘천숲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참나무숲에 맑은 계곡이 흐르는 힐링 명소다. 특히 휴양림 글램핑장은 동별로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갖춰 편리하다. 이씨는 "코로나19 걱정에 숙박도 큰 호텔보다 야외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며 "자녀와 함께 코로나19 걱정 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휴양림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야외 여행 패턴이 변하고 있다"며 "여름·가을이 성수기인 오토캠핑장이나 글램핑장도 올해는 겨울에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18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춘천숲자연휴양림 방문객은 2019년 256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14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인근 유명 관광지인 남이섬은 같은 기간 276만명에서 49만명으로 82% 급감했다.
대구에 사는 김민성 씨(42)는 요즘 매달 캠핑장 예약 전쟁을 치르고 있다. 캠핑장마다 예약자들이 몰리면서 주말 예약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인기 캠핑장은 예약 사이트가 열리면 단 몇 분 만에 조기 마감되기도 한다.
김씨는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놀이공원 연간 이용권을 구매해 가족과 함께 자주 놀이공원을 다녔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캠핑장으로 가족 나들이 장소를 바꿨다"며 "언택트 휴양이 인기를 끌면서 캠핑장마다 예약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캠핑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캠핑장은 코로나19 최대 인기 여행지가 됐다. 경북 칠곡보 오토캠핑장은 2019년 방문객이 2만9796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만명대를 넘어섰다. 이곳은 99개 면을 갖춘 비교적 규모가 큰 캠핑장임에도 3월까지 주말 예약이 이미 꽉 차 있다. 칠곡보 오토캠핑장 관계자는 "대구에서 가깝고 강변에 위치해 경관이 좋다 보니 많은 캠핑족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영주호 오토캠핑장 역시 2019년 방문객은 2만85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만4032명으로 방문객이 4배 이상 폭발했다. 2016년 개장 이래 역대 최대 방문객이 찾았다. 경북 영천 치산 오토캠핑장도 코로나19로 카라반 운영 대수를 30% 줄여 28대만 운영하고 있지만 이미 3월 말까지 주말 예약이 꽉 차 있다. 치산 오토캠핑장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캠핑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매월 초 예약 홈페이지를 열면 바로 예약이 끝나 버린다"고 전했다.
캠핑장과 함께 전국 휴양림과 숲길도 코로나 시대 대표적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다.
전북 무주 향로산 자연휴양림은 2019년 방문객이 2만2495명에서 지난해 3만177명으로 34% 증가했다. 무주군 관계자는 "향로산 자연휴양림은 풍부한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산림문화와 휴양,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인기가 많다"며 "이달 말 주말까지는 방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남 목포 입암산 둘레숲길도 같은 기간 8만7318명에서 11만9536명으로 36% 늘었고, 충남 아산 천년의 숲길도 같은 기간 4만7289명에서 4만7857명으로 방문객이 소폭 증가했다.
반면 과거 '핫플레이스'로 불렸던 유명 관광지와 놀이공원 등은 방문객이 급감해 대조를 이뤘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 중구 '김광석 길'이다. 김광석길은 매년 200만명 이상 방문객이 다녀가면서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지난해 방문객은 49만9506명으로 전년(140만명)보다 65%나 감소했다.
현재 김광석길 곳곳에는 문 닫은 점포가 늘었고 일부 상가는 임대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남이섬도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남이섬 관계자는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높다 보니 전체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며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만 겨우 찾고 있다"고 전했다. 각 도시의 유명 놀이공원도 방문객이 급감해 울상이다. 대구 이월드는 2019년 방문객이 186만5271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30만7548명으로 83% 감소했고, 전주동물원도 같은 기간 80만6060명에서 25만2652명으로 방문객이 68%나 줄었다. 2019년만 하더라도 85만8522명이 찾았던 대전 오월드는 지난해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15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인파가 붐비는 기존 관광지보다 자연 친화적 경험을 하려는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언택트가 가능한 관광지가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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