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뿌려도 뿌려도..소득격차 더 커졌다

전경운,양연호 2021. 2.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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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4분기 상하위 격차 4.7배

코로나19 3차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4분기에 상·하위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2분기 연속 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 등 피해 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에 나섰음에도 소득 격차는 더 나빠진 것이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2만6000원으로 2.7% 늘어 1분위보다 높은 소득 증가율을 기록했다.

두 계층 소득이 모두 증가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소득 분배가 악화된 실상이 드러난다. 일해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으로 볼 때 최상위인 5분위 가구는 721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반면 최하위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59만6000원으로 13.2% 급감했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4.72배로 전년 동기(4.64배)보다 상승했다.

[전경운 기자 / 양연호 기자]


팍팍해진 살림…술·담배 소비는 13년만에 최대폭 증가

2020년 4분기 가계동향

사업소득 1년새 5.1% 줄어
통계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

가계소비, 2분기 연속 뒷걸음
오락 -18% 숙박 -11% '뚝 뚝'
집콕관련 식품·음료엔 더 써
주류·담배는 12.5%나 급증

홍남기, SNS에 "마음 무겁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계 지출이 줄어들었지만 술·담배 소비는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18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 주류 코너에서 손님이 소주를 꺼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한파와 경제활동 위축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우리나라 가계가 자생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같은 분기 기준 가장 크게 감소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3개 분기(2~4분기) 연속 동반 뒷걸음질했는데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그마나 2차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크게 늘며 전체 가계소득을 떠받쳤지만 소비는 꽁꽁 얼어붙으며 사실상 경제활동이 멈춰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전국 가구(2인 이상)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340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전체 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사업소득은 같은 기간 99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나 줄었는데,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따라 대면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자영업 업황 악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다만 작년 4분기 이전소득이 25.1%나 늘면서 근로·사업소득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공적연금(국민·공무원연금 등), 기초연금(노령연금 등), 사회수혜금(근로장려금·아동수당) 등 공적이전소득이 22.7% 늘었는데 이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사회수혜금 증가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작년 4분기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4만명 넘게 감소하며 근로소득이 줄었고, 사업소득도 전반적 업황 부진과 자영업자 감소로 악화했다"면서 "그나마 이전소득이 작년 1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 인상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등 4차 추가경정예산 영향으로 크게 늘어나며 가계소득 부진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소득 증가에 힘입어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실질소득도 지난해 4분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문제는 일회성 임시소득이 아닌 지속가능한 소득의 원천이 쪼그라들면서 소비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하며 작년 3분기(-1.4%)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항목별 소비지출 동향을 보면 코로나19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다. 오락·문화(-18.7%), 음식·숙박(-11.3%), 의류·신발(-9.2%) 등 대면 서비스업 관련 소비가 급감한 가운데 학원·보습교육 및 교육 지출 역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라 '집콕' 관련 품목 소비가 늘며 식료품·비주류음료(16.9%), 가정용품·서비스(15.6%), 보건(8.5%) 등은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등 주거비와 주택 수리비, 연료비 등도 상승하며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5.5% 증가했다. 특히 삶이 팍팍해진 탓에 주류·담배 지출이 월 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뛰었다. 이는 2007년 3분기(31.3%), 2006년 4분기(28.8%) 이후 역대 세 번째 증가폭이다.

비영리단체 등으로 대가 없이 이전하는 지출인 비소비지출은 4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종교시설 운영 중단, 외출·모임 자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 구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9.6%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약계층의 시장소득 여건이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해 작년 12월 고용 상황이 크게 악화돼 이번 가계동향 발표를 앞두고 걱정이 컸다"며 "예상대로 지난해 3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분배가 악화돼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적었다.

[전경운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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