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국 카이스트의 '괴짜 교수'..이제 총장님 됐다

김제림,이종화 2021. 2.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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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카이스트' 실제 모델 이광형 교수..카이스트 17대 총장 선임
故 이민화 회장과 벤처캠페인
대학가에 창업 DNA 심어
2000년대 초반 '융합' 외치며
바이오·ICT 학과 설립하기도
"질문하는 대학 만들것" 포부
"김정주 넥슨 창업자,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 모두 내 연구실에 있을 때 창업한 '책상 벤처'였지만 난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다. 그냥 '딴짓'을 계속하는데 공부하라고 방해하지 않고 내가 받은 보너스를 창업 기업들에 투자한 것 말고는 없다. 총장으로서도 우리 능력 있는 학생들이 마음껏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국내 벤처창업 대부이자 '괴짜 교수'로 유명한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명예교수가 4년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을 이끌 차기 총장에 선임됐다. KAIST는 18일 오전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5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제271회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KAIST 제17대 총장에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명예교수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총장직은 교육부 장관 동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임기는 오는 23일부터 4년이다.

1985년 KAIST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 총장은 현재는 바이오및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산업 초빙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학부총장을 비롯해 교무처장, 국제협력처장,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비전2031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교내·외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국내 1세대 벤처창업가 상당수가 그의 전산학과 대학원 연구실에서 나왔다. 김정주(넥슨)·김영달(아이디스)·신승우(네오위즈)·김준환(올라웍스) 등 유명 벤처기업가들을 비롯해 이 총장 제자들이 설립한 기업들의 연 매출 총합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며 일자리 7000개 이상을 창출해 왔다. '벤처창업 대부'답게 KAIST 주요 과제로도 '기술사업화'를 내세웠다.

이 총장은 "기술사업화는 KAIST가 추구하는 질문하는 글로벌 창의리더 교육과 문제를 정의하는 연구혁신의 결과를 어떻게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라며 "(교수 연구실별로 최소 1개의 연구실·졸업생 창업을 권장하는) 1랩1벤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벤처창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전파했던 그는 고 이민화 교수와 2000년 '21세기 벤처 대국을 향하여'라는 책을 내며 벤처 육성을 위한 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 총장은 "그때 교수님과 논의했던 많은 화두가 지금은 현실화됐지만 아직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미국 스타트업은 평균 2.5회 실패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이처럼 실패의 필요성을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수 때부터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1990년대 말 TV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신세대 교수로 등장한 박기훈 교수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당시 송지나 작가는 이 교수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행동과 어록을 보고 박기훈 교수라는 드라마 대표 캐릭터를 구상했고, 이 교수는 송 작가 대본을 보며 코멘트하는 등 극본 집필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박기훈 교수는 항상 질문을 강조했는데 이 총장 역시 KAIST 5대 과제 중 하나로 '질문하는 카이스트'를 통한 교육혁신을 내세웠다.

이 총장은 "지난 50년간 KAIST는 설립 목표인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의 임무와 다양한 과학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미래 50년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지속가능성과 대한민국 번영을 위한 글로벌 가치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술사업화는 KAIST가 추구하는 글로벌 창의리더 교육과 연구혁신의 결과를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시킬 수 있는 해답"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에 보답하고 인류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며 장기적으로 KAIST가 재정 자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외부 활동 경력 또한 매우 화려하다. 미국 스탠퍼드연구소와 일본 도쿄공대 초빙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또 이 총장은 퍼지지능시스템학회장, 한국생물정보학회장, (사)미래학회장, 국회사무처 과학기술정책연구회장, 미국 전기전자학회 산하 인공지능학회(IEEE Computational Intelligence Society) 한국분과 의장, 국회 최고위국가미래전략과정 책임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이 총장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다.

일찍부터 학문 간 융합에 눈을 뜬 이 총장은 2001년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주장하며 바이오및뇌공학과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지식재산대학원과 과학저널리즘대학원을, 그리고 2013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을 주도했다.

[김제림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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