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공은 신의 축복과 주변 도움덕..작은 혜택 받은 분들에게 돈 쓰겠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섬에서 태어난 '흙수저' 출신
저커버그·머스크등이 회원인
기부단체에 한국인 첫 가입
최소 5500억..더 늘어날 수도
김범수 5조이어 기부 새 지평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5500억원이 넘는 '통 큰' 기부 선언이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따스한 희망을 전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인 5조원 기부를 약속한 데 이어 김봉진 의장의 기부 선언이 뒤따르면서 한국 기부 문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세계적 기부 단체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김 의장 부부를 회원으로 인정하고 이들 부부의 서약서를 공개했다. 김 의장 부부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219번째로 더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됐다.
서약서에서 김 의장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067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적어도 5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김 의장 기부 시점이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김 의장 자산 가치도 변할 수 있어 규모는 다소 유동적이다.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이 회사 주식 약 4%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DH 주가가 오르면 자산도 늘고 기부액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더 기빙 플레지 기부)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나도 더 기빙 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꿈꿨다"며 "제가 꿨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더 기빙 플레지 측과 접촉해 수개월에 걸친 심사와 가입 절차를 거쳐 회원으로 선정됐다. 직접 연이 닿지 않아 국내 여러 기부 단체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어렵사리 연락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손으로 자수성가해 스타트업 신화를 일군 그의 배경도 기부 결정과 큰 관련이 있다. 김 의장은 자신의 설명대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다. 그는 "제가 쌓은 부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한다"며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7년에도 3년 내 100억원 기부 약속을 했고 이를 지키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김 의장은 "(2017년 기부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으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의장 기부금을 어디에 쓸지도 관심사다. 그는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고 큰 방향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우리 부부는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며 "또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 한다"고 전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조지 루커스 영화감독,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동참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회원 간 약속과 선언 형태로 이뤄지며, 신청자의 재산 형성 과정부터 진정성에 대한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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