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11억에 환수..'호렵도 팔폭병풍' 첫 공개
정조 북학 정치 엿볼 수 있어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1억원에 매입한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을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 공개했다. 작품 수준이 높고 보존 상태가 좋아 낮은 추정가의 9배가 넘은 금액에 낙찰된 작품이다.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한 캐슬린 제이 크레인 박사가 소장했던 이력이 있고 미국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출품한 작품으로 언제 어떻게 한국에서 반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병풍 8폭 하단에 김홍도 낙관이 보이고 바위와 나뭇가지 표현이 김홍도 화풍이지만 인물의 옷선 등이 달라 그의 영향을 받은 18세기 후반 도화서 화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병풍 제1~2폭에선 폭포를 시작으로 스산한 가을 분위기 산수가 숙달된 화원 화가의 필치로 묘사돼 있다. 제3폭은 화려한 가마를 타고 길을 나서는 황실 여인들을, 제4폭은 나발과 동각을 부는 사냥꾼들을 담았다. 제5~6폭은 흰 용이 새겨진 푸른색 가죽옷 행괘를 입은 청 황제와 다양한 자세의 기마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제7~8폭은 호랑이와 사슴을 향해 활을 겨누거나 창과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사냥꾼들을 묘사했다.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일반적인 호렵도는 사냥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호렵도는 황제 일행을 강조하고 있다"며 "웅장한 산수 표현과 화면 구성이 탁월하며 인물과 동물의 묘사가 생동감 있고 매우 정교해 호렵도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병모 경주대 초빙교수는 "정조 때 김홍도 화풍으로 그린 궁중화원의 그림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호렵도 가운데 가장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며 "아울러 정조 때 북학과 국방 정치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고 분석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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