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표 잃을까 '오락가락'..與, '상임위 중심' 원칙 스스로 흔드나
여야는 국회법에 따라 심사 대상 법안의 한 조항씩을 낭독하며 문구 하나하나를 따지는 축조심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원안에서 일부 조항을 수정해 의결키로 잠정적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사전타당성 조사의 실시에 관한 특례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으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는 실시하되 최대한 단축하도록 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박수영 의원 대표발의)은 '필요시 국가재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를 '조속히 할 수 있다'고 문안을 바꾸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밖에 △신공항 운영 공항공사 설립 △조세 및 부담금의 감면 특례 △신도시 및 산업단지 인프라 건설 △실시설계가 완성되기 이전에 초기 건설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 등의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국토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위 심사 과정에서는 비교적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 여야 간 격론이 오가거나 설전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위에 배석한 국토위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과거 정부의 정책 결정을 뒤집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만큼 졸속입법이라는 비난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토위 소위는 이후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심사에도 돌입해 각 조문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수정키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다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이 사안이 군 공항과 통합 이전이라 특별법 제정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상황은 막판에 뒤바뀌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의 취지를 살피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 것이다.
야당 쪽에서 "다 합의해놓고 뒤집자는 거냐"는 말이 나왔지만 19일 수정안을 토대로 재논의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한 야당 관계자는 "진성준 의원이 예타 면제 얘기를 다시 꺼냈을 때에는 이미 논의가 거의 끝난 시점이었다"며 "(진 의원의) 어조도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과(the300) 통화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예타가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한다' 수준으로 정리하려 했다"며 "다만 신속성이란 게 면제까지 가능하면 좋기 때문에 분명히 면제가 가능하도록 열어놔야겠다고 생각해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위 법안소위가 비교적 원만하게 끝난 것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발칵 뒤집혔다. 회의 도중 본지 보도로 일부 특례 조항이 축소될 것이란 잠정 합의가 공개된 후 부산·경남 민심이 크게 반발하면서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도 지도부에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국토위 소위가 끝난 후 전날 밤 늦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연거푸 보내면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원안대로 처리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을 원안대로 처리할 경우 기존 여야 합의안을 무시하고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해 여당의 막판 이의 제기가 있었으나 여야는 이미 상당수의 특례 조항을 삭제키로 합의했고 19일 법안 심사는 이 수정안을 기준으로 시작하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상임위 논의를 무력화하면서까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원안 처리에 목을 매는 것은 결국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하, 내가 부산을 또 가야겠네"라고 언급했다. 들끓는 지역 민심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토위 여당 의원들도 부산 민심을 모르지는 않지만 국토부와 기재부, 일부 야당 의원들이 사전 조사 생략에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 일부 조정에 합의한 것이다.
19일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지도부 방침에 따라 예타 면제를 강력히 주장할 경우 '상임위 중심'의 의정활동이라는 대원칙을 집권 여당이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위 소속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더300과 통화에서 "어제 법안소위에서 예타 면제를 삭제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현재 여당 지도부는 상임위 내 여야 합의를 깨겠다는 것인데 야당이 여기에 굴복하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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