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서워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안 잡았다간.."큰일납니다" [촉!]
안전규정상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잡아야
서울교통공사 에스컬레이터 사고, 고령층에 집중
"할머니들, 손수레 끌다 에스컬레이터서 사고 위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서울 강남 지역의 한 투자자문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A(32)씨는 지난달 중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평소와 같이 출근을 위해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에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가 갑자기 기기가 멈추면서 바닥에 엎어질 뻔했다. 가까스로 바닥에 손을 짚고 중심을 잡은 A씨는 출근이 급한 마음에 뒤도 안 돌아보고 곧바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갔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A씨는 손목 부분에 뻐근함이 느꼈다. A씨는 해당 역 직원에게 찾아가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엎어질 뻔했는데 이런 것도 안전사고로 보상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역 직원은 “보상은 개별 상황을 더 따져봐야 한다”며 “다만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손잡이를 안 잡았다면 이 부분이 승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고 타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출근시간대인 18일 오전 8~9시께 서울 교대역과 고속터미널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시민 대부분은 손잡이를 잡지 않은 채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윤모(37·여) 씨는 “수많은 사람이 타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손을 댄다는 것이 찝찝하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손 위생이 강조되는 때라 더 손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다 보니 이용 중 사고를 당하거나 깜짝 놀라 역무실에 문의하는 사례도 상당수라고 한다. 서울 동작구의 한 지하철역 직원은 “사람들이 타기 시작하는 지점, 중간 지점, 사람들이 탔다가 내리는 지점 등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이를 조금이라도 시민이 건드리면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멈출 수 있다”며 “실제로 이에 놀라 문의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시민은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는 규정도 실제로 있다. 행정안전부 고시인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 제18조에는 ‘에스컬레이터 또는 경사형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는 손잡이를 잡고 이용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외에도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뛰지 말기 ▷손잡이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기 ▷손잡이 난간에 몸을 기대지 않기 등이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노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서울 지하철 1~8호선 내 대부분의 노선 관리)가 2018~2020년 치료비를 지급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152건 중 100건이 60대 이상에서 나타난 사고로 집계됐다. 3년간 발생한 안전사고의 약 66%가 60대 이상의 노령층에 집중된 것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영업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B씨는 이달 지하철 제기동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다 고령의 할머니가 크게 사고 날 뻔한 장면을 목격했다. B씨에 따르면 키 150㎝ 안팎인 할머니가 높이가 1m 남짓한 손수레를 끌고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했다.
할머니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자신이 끌고 온 손수레 손잡이에 의지해 지하로 내려갔다. 그런데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 에스컬레이터 계단의 높이가 급격히 달라지면서 손수레 손잡이 위치가 높아지자 할머니가 무게중심을 잃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던 B씨는 “순간 할머니의 비명을 듣고 놀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손잡이가 아닌, 손수레에 의지하다 넘어졌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1호선 지하철역 직원은 “고령의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손수레에 의지하거나 손잡이를 잡지 않아 생기는 사고를 종종 목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위생 상태를 수시로 관리, 방역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며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손잡이를 꼭 잡아줄 것을 당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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