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전자 주총' 바람부는데..국내는 '낡은 규정' 막혀 제 자리
국내는 관련 '명문 규정' 없어 단순 영상 송출에 그쳐
전자투표제도 소액주주는 무관심.."투자 문화 바뀌어야"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전 세계적으로 전자 주주총회가 자리 잡는 모습이지만, 아직 국내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 주총을 인정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규정 탓에 기업들이 제도 도입을 망설이고 있어서다. 전자주총의 핵심인 전자투표제 역시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이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삼성계열사 5곳은 올해 주총부터 온라인 중계를 실시한다. 주주들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주총의 전 과정을 실시간 영상을 통해 지켜볼 수 있는 방식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2월 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유플러스, 롯데지주, KT, 카카오, 네이버, KB금융지주 등 9개사에 주주총회를 온라인 병행 방식으로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를 포함해 현대차가 온라인 주총 개최를 확정했고,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은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이미 온라인 주총을 연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각 기업이 전자 주총의 일환으로 잇따라 온라인 주총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는 단순한 '온라인 주총 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행 상법상 전자 주총으로써의 여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국내엔 전자 주총 사례 '0건'.."상법 개정 필요"
코로나19 확산 후 대면 접촉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자 해외 주요국에서는 전자 주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포괄하는 회사 중 지난해 5월 기준 전자 주총을 개최한 사례는 69개 국가, 3900건으로 조사됐다. 앞서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도 아시아 12개국의 시가총액 상위 5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8월 21일까지 개최된 정기주총 유형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505개사 중 186개사(36.8%)가 전자 주총을 개최했다고 발표했으나 국내기업은 단 한 곳도 속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전자 주총이 활성화되지 않은 배경에는 현장 주총만 인정하는 ‘낡은 규정’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상법은 주총을 개최할 때 본점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곳에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전자 주총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일부 국내기업에서 진행할 예정인 온라인 주총 역시 주주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일 뿐, 주총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현행 상법에는 ‘전자 주총이 가능하다’는 명확한 문구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 주총을 통한 출석여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사진행발언을 하는 행위는 법상 주총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 한다”며 “일부 상장사에서 전자 주총에 대해 문의가 오지만, 법적인 문제 때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전자 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2월 전자 주총 개최를 고려하는 기업들을 위해 법적·실무적 논점들을 검토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추후 분쟁의 여지를 최소화했다.
국내에서는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 주총을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 결의로 전자 주총을 병행하며, 전자 주총 참가 주주는 소집지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또 사전 전자투표 및 전자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현장 주총 참석을 전제로 한 관행에서 벗어나 2021년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의 안전과 참여를 보장하는 전자 주총을 적극 검토하고, 금융위, 법무부 등 관련 당국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단지 코로나19 대책으로서 뿐 아니라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해 주주친화적인 경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전자 주총을 도입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입 10년' 전자투표도 여전히 참여율 낮아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된 전자투표제 역시 여전히 참여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가 2017년 폐지되고,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은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사정족수를 폐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자투표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늘었으나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겐 홀대를 받고 있다. 올해도 LG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그룹이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활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소액주주의 참여로 이어질지 의문인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4.67%에 불과했다.
이는 ‘단기매매차익’만을 쫓는 개인들의 투자 성향과 관련이 깊다. 예를 들면 12월 결산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을 갖기 위해선 전년 말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해야만 한다. 그러나 회전율이 높은 개인의 특성상 의결권을 보유하더라도 해당 주식을 다음 주총 때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경영참여를 남의 얘기로 보듯 하는 관행도 저조한 전자투표에 영향을 준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국내에선 선진형 투자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탓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의결권 행사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자투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접근성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투자문화가 정착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편상 사강, 4년만 안방 복귀…고현정 동생
- 최현욱, 장난감 자랑하다 전라노출…사진 빛삭
- "치마 야하다고"…엄지인, 얼마나 짧기에 MC 짤렸나
- 영주서 50대 경찰관 야산서 숨진채 발견…경찰 수사 착수
- "눈 떴는데 침대에 피가 흥건"..토니안, 정신과 증상 8가지 나타났다 고백 [헬스톡]
- "조카 소설, 타락의 극치" 한강의 목사 삼촌, 공개 편지
- "엄마하고 삼촌이랑 같이 침대에서 잤어" 위장이혼 요구한 아내, 알고보니...
- "딸이 너무 예뻐서 의심"…아내 불륜 확신한 남편
- "절친 부부 집들이 초대했다가…'성추행·불법촬영' 당했습니다"
- "마약 자수합니다"…김나정 前아나운서, 경찰에 고발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