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은 인정하지만 부부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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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부가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부부도 사실혼 관계로써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들 부부에게 "법적인 혼인 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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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우리는 우리가 부양-피부양 관계, 즉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을, 우리가 부부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기자회견을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똑같은 가족입니다. 행복하게 잘 지내는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건강보험공단이 너무 이상합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이상합니다" 소송 당사자 소성욱 씨
성소수자 부부가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부부도 사실혼 관계로써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성소수자 부부인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는 2013년 만나 2017년 동거를 시작해 2019년 결혼식을 올린 5년차 부부다. 이성 간의 결합만을 인정하는 현 결혼 제도 탓에 혼인 신고를 하지는 못했으나 여느 부부와 다를 것 없이 살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들 부부에게 "법적인 혼인 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하면서였다. 이는 이들 부부가 "동성 부부이지만 결혼식을 마친 사실혼 관계"라는 점을 밝히며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한지 문의한 데 대한 답이었다. 이에 따라 소 씨는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공단은 이들 부부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소 씨의 피부양자 가입 기록을 삭제했다. 소 씨가 항의하자 공단 측은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으로 접수된 서류를 반송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전에 인정했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화한 것이다. 소 씨는 김 씨의 피부양자가 아닌 지역가입자가 되어 보험료를 부과받았다.
소송대리인단의 조숙현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피부양자와 피보험자의 경제적 의존도, 동일세대 여부 같은 실질적 생활 관계를 더 중요시 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 등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실제 부양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피부양자 범위를 확대해 왔다.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이 사건의 당사자들은 동거생활과 경제적 상호부양, 상호 간 부부로서의 윤리적 도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부부로, 주관적인 혼인의 의사와 객관적인 혼인의 실체를 모두 충족하고 있는 관계"라며 "실질적인 혼인 관계에 있음에도, 단지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했다.
소 씨의 배우자 김 씨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꾸리는 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 성소수자 커플에게는 그렇지 않다. 제 남편 성욱이의 피부양자 등록도 마찬가지다. 이건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소송"이라면서 "건보공단과 국민건강보험의 핵심 가치와 제도의 취지는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저희와 같은 동성 부부의 삶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실수'라며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할 게 아니라 저희 부부를 포함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더 많은 다양한 삶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동성 부부는 법으로 인정받지 못해 각종 복지·조세·금융 제도 등에서 차별을 겪고 배우자의 입원이나 수술에도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동성 부부의 삶과 권리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시간을 성큼 앞당겨 주는 의미 있는 변화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에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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