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빌라서 숨진 3세 여아, 수개월간 전기 끊긴 채 생활

한전 구미지점, 독촉장 보냈지만 연락 없어
 지난해 5월 단전 조치.. 친모는 8월 초 이사

지난 10일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법원은 영장 심사 후 도주 우려가 있다며 살인 혐의를 받는 아이의 어머니를 구속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가 요금 미납으로 수개월간 전기 없이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전력 구미지점 등에 따르면 친모 A(22)씨와 딸이 살던 해당 빌라는 지난해 초부터 5개월간 전기요금이 미납됐다. 이에 따라 한전 측은 5월 20일 단전했다. A씨는 비슷한 시기에 재혼남이 살고 있는 집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가 계속 미납 되고 있어 3회 이상 독촉장도 보내고, 집을 방문했지만 인기척이 없고 문 앞에 각종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 있어 원칙에 따라 단전 조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후 8월에 재혼남 집으로 이삿짐을 다 옮겼다. 해당 빌라는 미니 투룸 형태로 가구당 월평균 전기세는 1만2,000원 정도다. 빌라는 건물주가 계약 만료에 따라 새 집주인을 구하기 위해 지난 9일 전기료를 납부하면서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이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A씨는 단전 이전에도 수시로 집을 장기간 비웠을 개연성이 높다. 또 8월 이후 전기요금이 이전보다 더 나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단전 상태에서 전기사용량이 이전보다 많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3살 여아의 예비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미상으로 나오면서 정식 부검을 통해 재차 밝힌다는 계획이다. 또 A씨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