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두손 든 백신주사기 증산..韓 비결은 '크리스마스 이브 작전'
수개월 걸릴 새 금형 나흘만에..'FDA 승인'도 초고속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전북 군산 풍림파마텍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 생산 현장을 방문하면서 개발스토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은 백신주사기 증산에 실패해 화이자 백신 1200만명분을 날린 직후여서 더 이목이 집중됐다. 기술력 면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일본도 못해낸 일을 국내 중소기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도 채 두 달 만에 말이다.
백신주사기는 특수설계로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 백신 1병당 5명이 아닌 6명이 접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백신 20% 증산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셈이다.
◇ 성공 비결은? 풍림파마텍·삼성전자·중기부 '합작품'
중기부와 풍림파마텍 등에 따르면 백신주사기 증산 프로젝트는 57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림파마텍과 중기부, 삼성전자가 처음 한자리에 모인 날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번 성과를 두고 관계자들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LDS 백신주사기 1000만개'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부족해진 주사기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점이었다.
우선 삼성전자는 '금형 제작'에 힘을 쏟았다. 중소기업에게는 금형 제작이 최소 수개월을 잡아야하는 등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경북 구미·광주 지역 삼성전자 협력업체 공장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단 4일 만에 시제품 금형 제작과 시제품 생산까지 끝냈다.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일주일도 안 돼서 끝낸 것이다.
중기부는 각종 행정 절차를 최소화했다. 방역 물품 패스트트랙 절차와 금융권 스마트공장 전용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행정과 자금 지원 측면에서 발 빠르게 도왔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식약처 역시 풍림 주사기가 국내·외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풍림파마텍은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갖춰 나갔다. 그 결과 풍림파마텍은 모임을 가진지 한 달만인 지난달 말쯤 LDS 백신주사기 월(月) 1000만개 이상 생산 가능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관문은 FDA 승인이었다. FDA 승인을 받아야 전세계로 관련 주사기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삼성이 큰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은 미국내 형성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FDA에 관련 주사기가 빠르게 승인이 날 수 있게 도와줬다. 그 결과 풍림파마텍은 56일만에 FDA로부터 LDS 주사기를 최종 승인받게 됐다.
이제 풍림파마텍은 미국 제약회사 등과의 수출 협의를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풍림파마텍은 다음달까지 백신주사기 스마트공장 생산체계를 추가로 구축해 월 2000만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 풍림파마텍 LDS 주사기 도대체 어떻길래?…"백신 20% 증산 효과"
풍림파마텍 주사기 핵심은 약물을 투여할 때 주사기에 남아 버려지는 백신 잔량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풍림파마텍 주사기로는 버려지는 백신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일반주사기는 1회분당 주사 잔량이 84마이크로리터(μL) 이상이지만, 풍림의 주사기는 4μL로 최소화했다.이 때문에 일반 주사기로는 코로나19 백신 1병당 5회분(명)까지만 접종할 수 있지만, 풍림 LDS 주사기를 이용하면 1병당 6회분(명) 이상 가능하다.
좀 더 쉽게 말해 이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20% 증산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나라가 백신 1000만명분을 공급받아 오면 12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주사기 대란과 달리 한국은 중소기업의 힘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K-방역 중심에 우뚝 섰고, K-주사기가 세계 시장에 우뚝 섰다"고 말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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