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단체처럼 은폐"..97명 집단식중독 유발 유치원장 징역 5년

영양사 징역 2년6월·조리사 징역2년·납품업자 등 3명 벌금형
위생관리소홀·역학조사방해 모두 유죄..5~7세 아동·부모 '고통'

경기 안산의 A유치원. 이 유치원에서는 지난해 6월 원생 97명이 집단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일부 원생의 경우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뉴스1

(안산=뉴스1) 최대호 기자 = 모두 97명의 아동에게 집단식중독을 유발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치원장과 영양사·조리사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송중호 부장판사)는 18일 업무상과실치상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경기 안산시 A유치원 B원장(63)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영양사 C씨(46)·조리사 D씨(48)에 대해 징역 2년 6월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식자재 납품업자 E씨 등 관련자 3명에게는 벌금 430만~1000만원을 선고했다.

B씨와 C씨, D씨 등은 지난 6월 A유치원에서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급식을 제공하는 등 급식 위생관리를 소홀히 해 총 97명의 유치원 원아들을 식중독 등에 감염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판결에 따르면 B씨 등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급식 과정에 육류 등 식자재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냉각기능이 60%이하인 23년 된 냉장고(권한 사용기한 8년)에 식자재를 보관했다.

특히 식중독 원인조사를 위한 역학조사 및 경찰 수사에 대비해 가짜 보존식(15종)을 만들기도 했다. E씨 납품업자 등은 보건당국에 허위의 거래명세서와 도축 검사증명서 등을 제출하는 등 정당한 역학조사 업무를 방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사적 익을 위해 유치원장으로서의 윤리의식을 저버렸다"며 "그럼에도 이 법정에 이르러서까지 '다른 유치원도 다 같은식으로 운영한다'는 등의 진술을 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식중독 사태가 터지자 B씨를 중심으로 마치 범죄단체처럼 매우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부실했던 식자재 관리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B씨 등 피고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5~7세의 아동 97명이 영문도 모른 채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는 등 상해를 입혔고, 이중 18명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을 앓아 일부는 투석치료까지 받았다. 아동들은 물론 좋은 식재료를 제공할 것이라 믿고 자녀를 보낸 부모들도 큰 고통을 받았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원아와 그들의 부모를 배신한 것으로 그 죄책이 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B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영양사와 조리사인 C씨와 D씨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한편 A유치원에서는 지난해 6월 원아 184명 가운데 97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 중 15명은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고 투석 치료까지 받았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