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거듭하는 국제유가..정유 4사 실적 반등 올까
WTI, 17일 종가 기준 61.14달러…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고치
[더팩트|이재빈 기자]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정유사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한 후 상승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다만 일본 지진과 미국 한파 등 단기적인 공급 차질로 빚어진 유가 상승인 만큼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이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반박도 나온다.
◆ 61.14달러 기록한 WTI…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8%(1.09달러) 오른 61.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종가 기준 60.05달러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며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유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4월 이후 꾸준히 회복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에는 석유 수요 감소 우려로 유가가 -37.63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같은달 내내 20달러 선 이하를 밑돌았다. 급락했던 유가는 서서히 수요를 회복하며 지난해 6월 40달러 선을 탈환했고 지난달 6일에는 50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 반등은 정유4사에 호재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경우 정유사는 약 100~200억 원의 재고평가손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정유사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일본 지진과 미국 한파가 있다. 미국 석유 정보업체 플랫츠에 따르면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현지 최대 정유사 '에네오스'의 센다이 정제설비가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다수의 설비가 지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거나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일 약 124만 배럴의 공급이 난항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 전체 생산능력의 28%, 아시아 전체 생산능력의 4%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한파도 유가 상승 요인이다. 30년 만에 발생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미국 정제능력의 21% 정도가 가동을 멈췄다. 모티바, 엑손모빌 등 약 400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가동을 중지했다. 한파가 이어질 경우 가동을 중단하는 설비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의 생산 재개 시점이 아직 불명확한데다가 정유공장 특성 상 가동 재개에는 최소 2~3주의 준비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동안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제마진 개선도 정유업계에 호재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1달러대를 유지했던 정제마진은 지난 16일 2.1달러로 앞자리를 갈아치웠다. 정유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와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값이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 지난해 영업손실 5조원 기록한 정유 4사, 1분기에는 흑자 전환할까
호재가 이어질 경우 정유 4사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올라오는 중이다. 지난해 정유 4사는 저유가와 낮은 정제마진 등으로 인해 조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이 2조5688억 원, 에쓰오일이 1조877억 원, GS칼텍스 9192억 원, 현대오일뱅크 5933억 원 등 도합 5조169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이 3월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1분기에는 정유 4사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재 유가 상승이 단기적인 요인인 만큼 장기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박도 존재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 개선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유가 상승도 수요 증가에 따른 상승이라기 보다는 공급 차질에 따른 상승으로 풀이된다.
국제 정세도 유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사우디가 공조를 통해 원유 생산량을 제어하면서 점진적으로 우상향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양국의 공조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 당시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전쟁에 대한 지지를 끝내고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행보에 사우디가 반발하면서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경우 국제 유가는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5일 자 보고서를 통해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불균형으로 단기 역내 마진의 반등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유가의 오버슈팅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때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fuego@tf.co.kr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오·나, '부동산·현금성 공약'…현실성엔 '물음표'
- '신현수 사의' 논란…청와대로 번진 '법무 vs 검찰' 시즌2?
- '취업 제한 해제' 김승연 한화 회장, 7년 만에 경영 전면 나설까
- "아이 팔에 가죽만 남아"…정인이 어린이집 원장 법정 증언
- 박영선 "갈비탕 한 번씩 '구독경제'" vs 우상호 "엄마·누나, 강변 살자"
- 상반기 극장가, 생존·생활·탈출 등 '액션 여전사' 대활약
- 선미, '꽃같네' 콘셉트 공개…신화 속 여신 비주얼
- 서울시청 운동선수 8% "인권침해 있었다"
- '학폭 논란' 조병규, 법적 대응 방침에도 추가 폭로자 등장
- 정점 치닫는 김학의 출금 수사…이성윤 앞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