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면세업계..'텅빈' 인천공항 오래간다

이달말 T1서 롯데·신라 영업 종료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0.13/뉴스1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이 텅 빌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여행길이 막혀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주요 면세점들이 비싼 임대료 부담에 사업권 종료 후 재입점을 포기하면서다. 더구나 실적악화에 빠져있는 면세점들이 올해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예정이어서 인천공항의 대규모 공실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달 말 인천공항 제1터미널(T1)에서 철수한다. '제3기 면세사업권'에 따라 그동안 롯데면세점은 서측 구역 DF3(주류·담배)을, 신라면세점은 서측 구역 DF2(향수·화장품), DF4(주류·담배)와 동측 구역 DF6(패션) 등을 운영해왔다.

당초 이들 면세점의 사업권은 지난해 8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새 사업자를 찾는 데 잇따라 실패하면서 올 2월까지 6개월 더 추가 영업을 해달라고 요청해 그동안 운영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관세법 제182조 '특허의 효력상실시 조치 등'의 2항에 따라 6개월 이상 추가 연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결국 공항에서 방을 빼게 됐다.

기존에 롯데와 신라가 운영해온 구역이 1터미널 전체 면세사업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만큼, 공사는 대규모 공실사태를 우려해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사업권 임시영업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1터미널에서 각각 DF1(향수·화장품)·DF5(부티크), DF7(패션·잡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권은 2023년 8월까지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주류·담배 구역에 입점을 제안받은 뒤 구역 중 일부에 입점을 확정지었고, 입점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6(패션) 구역 중 일부에서 임시매장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일부 입점하더라도, 롯데와 신라가 빠진 자리를 모두 채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의 '보세판매장 특허에 관한 고시' 제16조(매장면적의 변경) 3항에 따라 기존 사업권의 5% 범위 내로만 임대면적 확장이 가능해서다.

현재 공사는 5%보다 더 크게 확장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관세청 등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공실 사태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항에 손님이 거의 없고, 점원들은 하루 한 건을 판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들이 넓은 영역을 차지하려 할 리 없다"며 "인천공항은 '텅 비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인천공항 사장도 새로 취임한 만큼 공사가 새 계획을 수립해 차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체결이 될 지는 미지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손실 규모 감소를 위해 비용을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입찰조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4차 입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각 면세점들은 △신라 1853억원 △신세계 1989억원 △롯데 846억원(3분기까지) 등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점들이 인천공항 입점을 위해 임대료 부담을 새로이 떠안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공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선 인천공항이 파격적인 입찰 조건을 내세우는 방법 뿐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공항 역시 지난해 재정 적자 규모가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는 8000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서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예상되는 적자 규모 4500억원 중 4100억원이 면세점 임대료 감면에 따른 것"이라며 "공항은 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에, 면세 대기업들을 위해 (파격적 입찰 조건 등) 무작정 지원해주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정인이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하단 생각 안들어"☞ 딸이 아이 낳는 동안 사위와 도망간 엄마☞ 스타벅스에서 커피 외상?…직원들이 배려해준 이유☞ "못죽여 후회" 여친 살인미수男…재판서도 "미안하지 않다"☞ 괴롭힘에 흥국생명 떠났던 김유리, 눈물의 인터뷰

이재은 기자 jennylee11@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