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근로자 깔려 숨진 포스코 원료부두, "사고 또 있었다"

김정혜 2021. 2.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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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하역기에 근로자 1명이 끼어 숨지기 1주일 전 같은 선석의 옆 하역기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높이 30m에 무게 1,800톤의 거대한 설비끼리 부딪힌 이례적인 사고로, 직후 관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 사고조사와 안전조치를 취했더라면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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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선석 하역기 두 대, 센서 고장으로 충돌 
운전 중이던 하청업체 직원 2명, 충격받고 탈출
노조, 노동부에 사고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 없어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철광석을 퍼 올리는 무게 1,800t, 높이 30m의 거대 장비인 언로더(하역기)의 철기둥이 센서 고장으로 다른 하역기와 충돌해 꺾여 있다. 금속노조 포지트분회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하역기에 근로자 1명이 끼어 숨지기 1주일 전 같은 선석의 옆 하역기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높이 30m에 무게 1,800톤의 거대한 설비끼리 부딪힌 이례적인 사고로, 직후 관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 사고조사와 안전조치를 취했더라면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국금속노조 포지트분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1시 10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10·11번 부두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2번 하역기가 9번 하역기를 들이받았다. 두 하역기는 나란히 있었다. 하역기는 앞뒤좌우로 움직이면서 선박의 철광석을 철제바스켓에 담아 컨베이어에 붓는 장비다. 충돌 방지를 위해 옆 하역기와의 이격이 일정 수준 이하면 자동 정지하지만, 당시 감지 센서 고장으로 운전자들이 하역기 근접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사고가 났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 있는 언로더(하역기). 노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하역기를 조작하는 운전실이다. 금속노조 포지트분회 제공

이 충돌로 크레인을 떠받치는 철 기둥은 수리에 열흘이 걸릴 정도로 크게 휘어졌다. 하역기를 운전한 근로자 2명은 고공 운전석에서 추락을 모면,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과 함께 숨이 가빠지는 등 극도의 불안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사측은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다른 하역기 운전을 지시했다. 회사 노조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재발 방지 및 안전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포항지청은 "인명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고현장에도 나오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포지트분회는 충돌사고가 난 부두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지난 16일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의 심각성을 재차 알린 뒤 안전조치를 취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날 포지트분회는 "잇따른 사고에도 포스코는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노동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오전 포스코 하청업체 근로자가 1명이 숨진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내 사고 현장. 당시 근로자는 컨베이어에서 쇳덩이로 된 롤러를 교체하던 중 하역기에 달린 철제 바스켓이 움직이면서 하역기와 컨베이어 사이에 깔렸다. 금속노조 포지트분회 제공

당국의 이런 안일함 때문에 평소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던 원료부두의 열악한 사정도 그대로 묻혔다. 하역기나 컨베이어 부품 수리 때 두 설비 모두 전원을 완전히 차단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게 다반사였다. 포항제철소 내 한 근로자는 "전원을 껐다가 켜는 데 5분이면 충분하지만 1분 1초를 다투는 현장에서는 이 시간이 아까워 켜놓고 수리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일 컨베이어를 정비하던 근로자가 하역기와 컨베이어 사이에 깔려 숨졌을 당시에도 총 3대의 컨베이어 중 한 대만 멈춰 있었다. 하역기와 함께 컨베이어 2대는 정상 작동 중이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전경. 선박에서 철광석을 퍼 올리는 하역기와 함께 오른쪽에는 철광석을 제철소 내 각 공장으로 운반하는 컨베이어가 설치돼 있다. 금속노조 포지트분회 제공

당시 이 때문에 하역기에 달린 거대 철제바스켓이 멈춰 있던 컨베이어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부품을 수리하던 근로자를 치면서 컨베이어와 하역기 사이에 깔려 숨졌다. 근로자 사망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멈춰 있었어야 할 하역기가 당시 작동한 이유를 살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한 근로자는 "이곳에서 사람 목숨보다 조업의 속도가 우선"이라며 "이 때문에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데, 우리가 기댈 당국이 저러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충돌 사고를 인지하고도 현장 감독하지 않는 데 대해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같은 부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17일부터 포항제철소 전체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시작된 이번 근로감독은 2개월 동안 이뤄진다.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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