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 거리 두기? 취임 한 달 만에야 첫 통화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이 1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첫 전화통화를 했다. 정작 관심을 받은 건 통화 내용보다 취임 한 달 만에 이뤄진 통화 시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거리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미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이날 통화에서 이란을 포함한 중동 안보 문제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협력 등에 대해 두루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지난해 9월부터 잇따라 체결한 이스라엘과 아랍·무슬림 국가 간 관계 정상화 합의(아브라함 협약)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역내 평화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공식 트위터에 “약 한 시간 동안 우호적이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총리실에서 중동 지도를 배경으로 웃으며 통화하고 있는 사진도 첨부했다.
두 정상 간에 통화가 이뤄진 것은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거의 한 달 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 이틀 만에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던 데 비하면 바이든 정부에서 이스라엘의 순위가 많이 밀렸다.
CNN은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 밑에서 누렸던 백악관에서의 특권적 지위를 더는 차지할 수 없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네타냐후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긴장관계,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따뜻한 관계였다”면서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와 거리를 뒀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 두 정상은 이란과 팔레스타인 정책을 두고 갈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이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이라면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이란 핵합의(JCPOA) 복원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또 트럼프 정부의 지지를 받았던 시리아 골란고원 강제 합병과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건설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국 정부가 지지해왔고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뒤집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건설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면 양국 동맹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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