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명부 봤는데 사귈래요?"..개인안심번호로 막는다

백지수 기자 2021. 2. 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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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개발자 7명 '개인안심번호' 개발 19일부터 시행..윤종인 개인정보위원장 "수기명부 해결" 직접 요청
지난해 9월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내 빵집 입구에 사라진 시식빵 대신 올려진 상품구매 시 필요한 수기출입명부. /사진-뉴스1


"코로나19 명부 보고 연락드려요. 제 스타일이셔서 그러는데 만나볼래요?"


A씨는 지난해 10월 동네 카페에 갔다가 모르는 번호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수기 출입명부를 보고 연락했다'는 내용이었다. 낮선 사람이 자신의 얼굴과 전화번호를 안다는 사실이 놀랍고 두려워 바로 수신을 차단했다.

코로나19 수기(手記) 출입명부를 통해 휴대전화번호가 노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19일부터 휴대전화 번호 대신 '12가34나' 같은 6자리의 개인안심번호를 적을 수 있다. 수기 출입명부로 개인정보인 휴대전화번호가 보이스피싱이나 타인에게 노출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 개발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결과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출입한 방문자들이 적도록 하는 수기 출입명부에 적을 개인안심번호를 오는 19일부터 발급한다고 18일 밝혔다.

네이버·카카오·PASS 인증 방식…1인당 1개 발급
개인안심번호 예시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안심번호는 숫자 4자리와 한글 2자리로 구성된 6글자 고유번호다. 국민 개인당 1개씩 발급한다. 방역에 필요한 개인 휴대전화번호와 인적사항 등이 담긴 데이터를 암호화해 6개 문자열로 무작위 변환하는 방식이다. 한 번 발급되면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될 때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발급 방법은 전자 출입 명부에 사용 중인 QR체크인 방식과 동일하다. QR체크인 발급 기관인 네이버·카카오·패스(PASS)를 통해 개인 인증을 받으면 QR코드 화면 아래에 개인안심번호가 발급돼 나타난다.

모바일을 통해 수시로 개인안심번호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인증을 여러 차례 받아도 번호가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초 발급 후에는 자기 안심번호를 암기하거나 종이에 메모해두고, 전자출입명부를 쓰지 않는 시설에서 수기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할 때 쓸 수도 있다.

개인안심번호로는 문자메시지 발송 등 연락이 불가능해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방역당국도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를 다시 개인 휴대전화번호로 변환해야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질병청 등 방역당국은 개인안심번호를 사용하면 역학조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적어져 휴대전화번호 허위 기재가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당시 각 점포 수기 명부에 적힌 인원 4961명 중 49%는 유선 통화가 불가능했다. 수기명부만 관리하는 다중이용시설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적으로 42.5%나 되기 때문에 개인안심번호 도입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종인 위원장 직접 요청…시민들이 알고리즘 재능기부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뉴스1

개인안심번호는 시민 개발자들로 구성된 시빅해커(IT 기술로 사회·공공문제를 해결하려는 개발자) 조직 '코드포코리아' 소속 7명의 개발자의 자발적인 재능 기부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약 한 달 반에 걸쳐 뼈대가 되는 알고리즘이 이들 손에서 개발됐다. 직장인이나 사업가뿐 아니라 예비 고3학생과 대학생, 중앙부처 공무원 등이 자기 시간을 쪼개 참여했다.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의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의 적극적인 제안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코드포코리아는 지난해 3월 공적마스크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앱도 개발했는데 당시 행안부 차관이던 윤 위원장에게 이들이 마스크 관련 공공데이터 개방을 요청하면서 인연이 닿게 됐다.

개인안심번호 제안자 중 한명인 개발자 권오현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윤 위원장이 부임 후 수기명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자 개발자 입장에서 고민해볼 수 있겠냐고 부탁을 해 왔다"며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정책에 참여시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인데 사회 문제 해결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있다는 점을 봐준 것 같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발에 참여한 손성민 군(18·대전 대신고 2)도 "예비 고3이라 학업도 바쁘지만 개인 시간을 쪼개고 밤도 새가며 개발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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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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