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사고 일반고 전환 또 제동

고민서,홍혜진 2021. 2. 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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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세화·배재고 자사고 지위 취소는 위법"
작년 해운대고 이어 부당 판결
경희고 등 6개교도 선고 기다려
서울시교육청 "즉각 항소할것"
2025년 특목·자사고 일괄 폐지
헌법소원 결과따라 달라질수도
지난 2019년 11월 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 [한주형 기자]
서울 세화고와 배재고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을 무효화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부산 해운대고가 지난해 12월 부산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첫 법원의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서울에서도 자사고가 승소하면서 1심 선고를 앞둔 다른 자사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18일 세화고·배재고 학교법인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자사고 재지정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자사고 운영기준을 현저하게 다른 형태로 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피고가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기준을 평가대상기간에 소급 적용해 학교가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은 처분기준 사전공표제도의 입법 취지와 재지정 제도의 본질이나 공정한 심사 요청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서울시내 8개 자사고 학교법인이 낸 소송 중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자사고들은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법원 판결은 교육당국이 학교 운영 성과평가를 자사고 폐지만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며 "자사고는 교육 운영의 건전한 자주성과 자율성을 확보·유지하면서 더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환경 등을 조성해 대한민국 고교 공교육에 더욱 심혈을 쏟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퇴행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2019년 자사고 운영 성과평가는 관련 법령에 따른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됐는데도, 평가 결과인 지정 취소 처분을 뒤집은 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머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평가에 대한 적법성과 정당성이 받아들여져서 고교 교육 정상화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울은 자사고 6곳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23일에는 숭문고와 신일고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고, 경희고·이화여대부속고·중앙고·한양대부속고도 변론을 끝내고 현재 선고만을 남겨뒀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선 법원이 연이어 자사고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유사한 지점이 많은 다른 자사고들의 재판 결과도 이번 판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결과적으로 보면 교육당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살아남은 학교든, 탈락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학교든 모든 자사고가 2025년을 기점으로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교육부는 이미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를 위해 지난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개정했다. 변수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24개 학교가 낸 헌법소원 결과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학교 폐지를 둘러싼 교육당국의 법 개정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손을 들어준다면 정부의 고교 체제 개편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헌재 판단과 관련된 향배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만큼 다음 정권이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지도 미지수다.

이를 고려해 정부와 여당은 고교 체제 개편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연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직무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정권을 초월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민서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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