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확인않고 덜컥 계약..대법 "상대방엔 의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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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간 계약을 맺을 때 상대 회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쳤는지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아도 계약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에는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상대 회사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계약을 무효로 했지만, 그러한 책임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대법원 판단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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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당하자 "이사회 결의 없어 무효" 주장
전합 "몰랐던 거래 상대방, 계약 보호해야"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회사 간 계약을 맺을 때 상대 회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쳤는지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아도 계약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에는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상대 회사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계약을 무효로 했지만, 그러한 책임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대법원 판단이 바뀐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A사는 대신 변제해주기로 계약한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사는 토지구획을 정리하는 사업에 착수했는데, 시행대행사에 사업자금이 부족했다. 이에 B사의 대표인 C씨는 '시행대행사에 30억원을 빌려줘라'며 A사에 부탁했다.
A사는 시행대행사에 30억원을 빌려주되 갚지 못할 경우 B사가 대신 변제해준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C씨는 대표이사의 자격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후 시행대행사가 돈을 갚지 않자 A사는 위 계약에 근거해 B사를 상대로 30억원을 대신 갚으라며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B사는 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C씨가 법인인감이 아닌 서명으로만 계약을 체결했고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아 회사는 위 계약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A사는 이사회 결의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1심은 A사로서는 이사회 결의가 생략됐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위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2심은 C씨가 단독으로 계약을 추진한 게 아닌 B사 차원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B사가 해당 사업의 수익성을 분석할 때부터 시행대행사가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C씨뿐 아니라 B사의 부사장도 참석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사회 결의는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며, A사가 이를 알고도 계약을 강행했다는 사실의 입증 책임은 B사에 있다고 했다.
전합도 위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으며 거래 상대방인 A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다수는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대표가 내부 절차는 거쳤을 것으로 신뢰했다고 보는 게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A사에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책임까지 묻는다면 불필요한 거래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게 전합의 견해다.
게다가 전합은 A사와 같은 거래 상대방을 보다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기존에 대법원은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 여부를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았다면, 거래 상대방도 과실이 있는 것(선의·무과실)으로 보고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합은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고의가 있거나 알고도 모른 체하지 않았다면 과실이 없는 것(선의·무중과실)으로 보고 계약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4명의 재판관은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선의·무과실에서 선의·무중과실로 변경하는 것은 거래안전 보호만을 중시해 다른 보호가치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거래 상대방인 A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사정들이 많으므로 더 심리해봐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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