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더니 먹으라고" 지옥같던 학폭..트라우마에 거식증, 치아 다 빠졌다
A씨(31)는 15살이던 16년 전 땅바닥에 던진 물건과 뱉은 침을 먹으라는 폭력을 학교에서 당했다. 음식을 먹을 때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매번 먹은 음식을 억지로 토해내면서 거식증에 걸렸고, 치아는 다 빠졌다.
A씨는 지옥을 경험했다. 같은 학교 학생 6명이 때려 이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폭위 후 더 심한 폭력을 당해야 했다.
학폭은 그의 마음을 갉아 먹었고, 상처는 안에서부터 곯아 터졌다. 6개월 간의 폭력은 15년이 넘는 고통의 원인이 됐다. 거식증과 함께 대인기피증이 오면서 고등학교도 바로 중퇴했다. 사회생활을 못하는 A씨는 치료조차 거부한다.
A씨의 어머니를 상담 중인 최고야 최고야심리상담소 원장은 "어머니까지 정신충격을 받았다"면서 "이혼 후 A씨를 홀로 키우던 어머니는 가해자들에 대항하지 못했다는,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장애, 무기력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학폭 사범은 대부분 미성년자여서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은 낮다. 지난해의 경우 1만2471명의 학폭 사범 중 17%가 재판에 넘겨졌다. 전체 폭력 사범의 기소비율(26%)보다 낮다. 대신 가정보호사건송치·기소중지··타관이송 등으로 처리되는 경우(46.2%)가 많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 중 사안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가정법원 소속 소년부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사건을 넘긴다. 이경우 일반 형사 사건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최고야 원장도 가정에서 시작된 폭력이 결국 학폭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학폭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다"면서 "학폭 상담 시 가정환경 구성을 가장 먼저 살피는 이유"라고 밝혔다.
집에서 맞고 자란 아이가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자기 감정이나 의사 표현 자체를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해도 가만히 맞고만 있는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학폭은 피해자의 사회공포증, 대인공포증, 불안,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이어진다"면서 "이후 자기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오히려 가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때리는 은둔형 인간으로 자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폭력의 근원들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원장은 "아이에 자신감을 주고 아이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집에서는 설령 학교폭력을 당해도 얼마든지 방어하고 저항할 수 있게 자란다"면서 "그런 경우 학교폭력 피해자로 상담소에 온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도 "가해자, 피해자 나누지 말고 모두 서툰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학생들이 참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생님 등이 소통하는 리더십을 갖춰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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