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기완 조문 나흘째..추미애 "우리 시대 평화 지킴이"

박민기 2021. 2. 18. 15: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 조문..일부 눈물 훔치기도
"한평생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셨던 분"
김성태 "주 5일제 도입할 때 힘 실어주셨다"
18일 오후 7시 추모문화제..19일 오전 발인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1.02.18.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김승민 수습기자 =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일생을 헌신해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지난 15일 향년 89세로 영면한 가운데, 빈소 마련 나흘째인 18일에도 백 소장을 찾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백 소장 빈소를 찾은 일부 조문객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진심으로 싸워주신 분"이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80여명의 조문객들이 빈소를 찾았다.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이 진행됐고, 조문객 역시 대부분 1~2명 구성으로 전날에 비해 대체로 한산했다.

오전 11시 이후부터는 조금씩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장례위원회 측은 조문객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한 번에 2명씩 들어가서 조문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날 백 소장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조문객은 경기도 광주에서 온 김모(56)씨였다. 자신의 딸과 함께 오전 8시40분께 빈소에 들어선 김씨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번진 상태였다.

김씨는 "한평생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신 분이라 눈물이 났다"며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인사 먼저 올리고 가려고 경기 광주에서 오전 6시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생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약자를 위해 살아오신 분인 만큼 꼭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빈소를 찾게 됐다"고 했다.

두 번째로 빈소를 찾은 최모(29)씨는 "선생님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든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잘은 몰랐다"며 "근데 이번에 돌아가시고 나서 잘 알게 됐다"고 전했다.

최씨는 "젊었을 때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은 많지만 거의 대부분이 변하지 않았느냐"며 "백 선생님은 변하지 않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돌아가시는 날까지 약자를 위한 일관된 삶을 사시는 분을 또 찾을 수 있겠느냐"며 "선생님은 그냥 어르신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11시20분께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양복에 코트 차림으로 빈소를 방문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분향소가 마련 돼 있다. 2021.02.18. 20hwan@newsis.com

이날 홀로 빈소를 찾은 김 전 원내대표는 "선생님은 한국 민주주의에서 반드시 언급할 수밖에 없는 분"이라며 "제가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할 때도, 정치를 할 때도 항상 (선생님을) 마음 속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하면서 현장에서 뵐 때마다 선생님이 '김 의원, 똑바로 해, 똑바로'라는 말씀을 항상 해주셨다"며 "2005년 '주 5일제'를 처음 도입할 때 선생님이 힘을 실어주셨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투쟁' 때 저와 백 소장도 갔었다"며 "한진중공업이 출입을 막았는데 담장에 사다리를 놓고 첫 걸음에 뛰어오른 사람이 백 소장이었다. 거리의 혁명가였다"고 전했다.

오후 3시께에는 추미에 전 법무부장관이 홀로 약 10분 동안 백 소장 빈소를 찾았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외투를 입은 추 전 장관은 "우리 시대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민족의 평화지킴이와 디딤돌 역할을 해주신 어르신"이라며 "평소 먼 발치에서 존경하던 분"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저희에게 마지막까지 촛불정신을 잊지 말고 촛불열망이 꺼지지 않게 개혁을 완수하라는 당부가 가장 울림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세대로 저는 당부의 말씀을 최선을 다해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백 소장 장례식을 사회장으로 엄수하기로 한 장례위원회 측은 이날까지 공식 조문 등을 위해 빈소를 개방한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야외마당에서 '장례위원회 추모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제는 추모 공연, 유족 말씀, 추모 영상 시청 등으로 구성됐다.

장례위원회는 내일 오전 8시 발인 이후 오전 9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노제 및 추모 행진을 한다. 오전 11시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영결식이 예정돼 있다.

백 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졌으며, 장지는 경기 마석 모란공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