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흥부자들의 '기부 플렉스'..신선(新善)한 충격파 안기다

이동우 기자 2021. 2. 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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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보기술(IT) 서비스 확산으로 급성장한 이른바 '디지털 신흥부자'들이 잇따라 우리 사회와 재계에 신선한 충격파를 안기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재산 절반' 기부 행렬에 합류한 것이다. 두사람을 비롯해 최근 디지털 창업가들은 맨주먹으로 시작, 혁신적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통해 거대 기업군을 일궜다. 이어 성공의 토양이된 우리 사회에 그동안 일군 자산의 상당액을 환원하고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기존 재벌 그룹들과는 다른 형태의 신기업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일견 가볍게 여겨지던 인터넷 서비스 중심의 이들 신흥 IT기업들의 사회적 위상에도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세계적인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서약했다고 18일 밝혔다. 기빙플레지는 빌 게이츠가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으로 재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만 참여 자격을 갖는다.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 지분 9.89%, 우아DH아시아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매각 거래가 완료되면 DH 지분 3% 가량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이를 포함해 그의 재산은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비롯해 김택진, 김정주도…IT업계 '성공=기부' 새로운 공식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왼쪽부터) / 사진제공=각사
자수성가한 IT 창업주의 통 큰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열흘 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10조원에 달하는 재산의 절반 기부 의사를 밝혔다. 거액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은 국내 기업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기업가들의 기부는 있었지만, 이른바 '긍정적 플렉스'(Flex·성공이나 부를 뽐내는 행위) 영역으로 확대한 것은 IT 창업주들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기부 행보는 횡령·배임 등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기존 재계 일부 기업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김범수 의장과 동년배인 게임업계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 역시 꾸준히 기부에 동참해왔다. 김정주 대표는 어린이 재활병원에 사재 100억원을 선뜻 내놓았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고,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에만 151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사회적 가치·책임 다한다…기업의 역할 제시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디지털 신흥부자들의 적극적인 기부 행보는 이들이 그리는 새로운 기업의 정의와 맞닿아있다. 기업이 단순히 이윤 창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김봉진 의장의 이번 기부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기업의 역할에 대한 오랜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 역시 자신이 그리는 카카오의 미래를 '위대한 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기업이 선한의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범수 의장의 지론이다.

코로나19(COVID-19) 등 비대면의 빠른 확산세 속에 업계가 급성장하게 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본다. 김봉진 의장은 이번 기부서약에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IT 업계의 기부가 구독경제 모델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IT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좋은 상품 이상의 무엇인가 필요하고, 경영자의 기부는 그 일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기' 역할 IT 업계, 재산 절반 기부로 재계에 '신선한 충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부 문화뿐만 아니라 최근 산업계 흐름은 IT 업계가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통, 금융, 운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타다, 카카오페이, 쿠팡 등은 일부 논란과 마찰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기존 산업질서를 뒤흔드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T 업계의 달라진 위상은 국내 재계 전반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김범수 의장과 김택진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러브콜'을 받아 오는 23일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한다. 여전히 IT 업계를 저평가하는 시선도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이번 기부 움직임은 기존 보수적인 경영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본다"며 "기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젊은 IT 창업자들이 많이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형구 고려대 명예교수도 "이런 선례가 재계에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며 "사회적으로도 규제 중심이 아닌 격려 중심으로 기업을 보고 기부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IT 업계 기부 움직임을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등 압박에 못 이긴 결과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같은 기부가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는 평가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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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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