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과로사 재발 방지대책 마련하라" 쿠팡에 항의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서 기자회견
택배노조 "쿠팡 내놓은 대책 실효성 없어"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지난해 10월 쿠팡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다 과로사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씨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가운데 유가족 측과 택배노조가 사측에 항의했다.

지난해 10월 쿠팡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주최해 열린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및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과로사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0월 12일 야간 근무를 마친 장덕준씨가 과로사로 쓰러진 지 약 4개월이 지났다”면서 “과로사로 인정하지 않던 쿠팡의 태도는 유가족에게 더 큰 아픔이다”라고 외쳤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근로자의 △연속 근로일수를 제한 △일용 근로자에 대한 특수건강진을 체계화 △근로자 개인별 시간당 생산량(UPH)폐지 △야간근로 시간제한 등 대책을 내세웠지만, 노조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쿠팡 측이 내놓은 대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 변명 같은 이야기뿐이다”라며 “근로시간 제한에 앞서 임금 현실화, 고용안정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속 근로일수 제한, 야간 근로시간 제한 등은 일방적인 임금 삭감안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쿠팡의 기만적 태도를 규탄하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과 보상안을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씨의 모친은 “쿠팡은 산업재해 신청하는 과정을 협조한다고 하고 정작 유가족에게 필요한 자료는 주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산재 결과가 나왔는데 유가족에 먼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를 기만하지 말고, 산재 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9년 6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일용직으로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장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새벽 퇴근 후 숨졌다. 장씨는 물류센터에서 오후 7시부터 하루 8~9시간 동안 밤을 새우는 ‘심야노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20대 건장한 청년이었던 장씨는 1년 동안 몸무게가 15㎏이나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증거로 유가족 측은 장씨가 정규직(무기계약직)이 되기 위해 강도 높은 노동을 하다 과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 측은 장씨의 일주일 근무시간이 44시간이었다면서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8일 장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한편 쿠팡은 오는 22일 여야 합의로 열리는 ‘산업재해 청문회’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청문회에서는 쿠팡 등 9개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과 향후 예방대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