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명부 개인정보 유출방지 '개인안심번호' 시민들이 만들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19일부터 도입되는 수기출입명부용 '개인안심번호'는 고교생을 포함한 시민 개발자들의 아이디어와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1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지난해부터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수기출입명부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왔으나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수기출입명부에는 당초 방문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주소를 적게 돼 있었는데 사생활 침해 우려에 지난해 9월 이름을 제외하고 휴대전화 번호와 주소지 시·군·구까지만 기재하도록 방역수칙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휴대전화 번호 유출에 따른 개인정보 오·남용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수기명부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연락을 받거나 홍보성 문자메시지가 급증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수기명부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대체할 방안을 찾고자 다방면으로 고심하던 중 지난해 12월 시민 개발자 모임인 '코드포코리아'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암호화해 한글·숫자 조합으로 구성된 6자리 문자열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다.
코드포코리아는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 개발자 '시빅해커'들의 네트워크다. 마스크 대란이 일었던 지난해 3월 정부에 공공데이터 개방을 요구해 공적마스크 앱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개발에 참여한 시민 개발자들이 모였다.
개인정보위는 코드포코리아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QR코드 체크인을 통해 암호화한 문자열을 활용하는 것으로 발전시켰다.
이렇게 개인안심번호의 윤곽이 만들어졌고 처음 아이디어를 낸 코드포코리아가 개발도 맡았다. 예정에 없던 사업이라 용역계약을 하려면 예산이 빠듯했으나 코드포코리아 회원 7명이 공익을 위해 재능기부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부담을 덜었다.
코드포코리아의 권오현(45) 오거나이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개인정보위가 제안한 대로 계약을 했으면 5천만원에서 최대 억대 규모 사업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계약 관계가 아니라 정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 회원 330명 가운데 7명이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고 시민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약 두 달 동안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암호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1억 건이 넘는 현존 휴대전화 번호를 중복 없이 암호화할 수 있게 하면서 019·016·018 번호도 고려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개인정보위는 이날 개인안심번호 도입을 발표하면서 따로 참고자료를 내 "권오현, 손성민, 진태양, 유경민, 김성준, 오원석, 심원일. 개인안심번호를 만든 시빅해커 7인의 이름이다. 수기명부를 작성할 때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준 시민들을 기억해 달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7명 가운데에는 고교생도 포함돼 있다.
올해 고3이 되는 손성민(18) 오거나이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코딩을 해왔다. 앞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코로나알리미' 서비스앱 등을 만들었고 지난해 공적마스크앱 개발에 참여했다가 코드포코리아에 동참했다
손성민 오거나이저는 "중간중간에 에러가 나서 여러 날 밤샘작업을 했다. 테스트 돌려놓고 쪽잠을 자기도 했고 잘 될까 걱정도 많았는데 결과물을 보니 헛된 시간을 보내진 않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코드포코리아는 2009년 출범한 미국의 대표적인 시빅해킹 단체 '코드포아메리카'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연령대는 50∼60대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하나 모두 같은 '오거나이저'로 참여한다.
권오현 오거나이저는 "우리나라에도 (시빅해킹 운동이) 2010년대 초반에 들어왔다가 지지부진해졌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본다"며 "정부에 다양한 제안을 하고 기술적으로 직접 참여도 하는 등 현업 개발자이자 시민의 입장에서 민관협력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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