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사고 취소 부당 판결..일반고 전환·학점제 줄줄이 '빨간불'
2025년 일반고 전환 시행령도 헌법소원 심판 변수
"고교학점제에 치명적 걸림돌" "법제화 논의 필요"
[세종=뉴시스]이연희 김정현 기자 =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2025년도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는 교육당국 정책을 비롯해 고교학점제 도입까지 줄줄이 빨간 불이 켜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은 18일 배재고 학교법인 배재학당과 세화고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운영성과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개교 중 기준점수에 못 미친 배재고화 세화고, 경희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8개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전국적으로 부산 해운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까지 총 10개교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을 결정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자사고들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지금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왔다.
서울에서는 배재고와 세화고가 2019년 8월 가장 처음 소송을 제기했고 다른 6개교도 별도로 소송을 냈다. 오는 3월에는 숭문고·신일고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2019년 평가에서는 재지정 기준점수가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됐으며, 감사지적 사례와 교육청 재량평가 지표 등도 강화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가 시작되기 약 4개월 전에 각 학교에 통지했지만 자사고들은 학교에 불리해진 기준을 직전에야 통보하고 이 기준으로 지난 5년간 평가를 하는 것은 신뢰보호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부산시교육청처럼 역시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다른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당분간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자사고 일괄 전환에 대한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상태다. 시행령대로라면 당장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일반고 지위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사고·외고·국제고 24곳은 이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자사고, 외고 특목고 등등해서 3개의 변호인단이 각각 헌소 제기해 진행 중"이라며 "시행령 폐지를 통해 자사고 폐지가 철회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헌재가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조치와 관련해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 이후에도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존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우리 교육은 2025년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고교체계가 전면 개편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면 학교를 유형화해서 학생을 선발한 결과로 나타는 학교 서열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5년 이후에도 자사고와 특목고가 명맥을 유지할 경우 같은 해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안착되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고교학점제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대부분 절대평가(성취평가제)를 하게 되는 만큼 (대입에서) 자사고와 특목고는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아직 중장기적 교육정책에 대한 기속력을 지니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만큼 2022년 대통령 선거 결과도 변수다. 법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되돌리기도 쉽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아직 3년간 시간가 있기 떄문에 별도로 자사고 정책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 내용에 따라 법 개정을 해야 한다"며 "고교체제는 명확히 법령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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