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투숙 별등급서 희비 엇갈린 신라와 롯데호텔
코로나19(COVID-19) 속에서 활로를 모색 중인 국내 토종호텔 양대산맥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이 '별 소식'에 희비가 교차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신라호텔이 3스타를 수성한 데 이어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도 5스타를 거머쥐며 식음·호텔 서비스에서 롯데호텔에 완승을 거두면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21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에서 서울신라호텔이 국내 대표 호텔 자리를 수성했다. 전 세계 283개 호텔을 5스타(Five-Star)로 선정했는데, 서울신라호텔이 포함됐다. 포시즌스호텔 서울이 함께 5스타가 됐지만, 국내 호텔 중 3년 연속 5스타로 이름을 올린 것은 신라호텔이 유일하다.
올해로 63주년을 맞이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매년 럭셔리 호텔과 레스토랑·스파 등급을 평가하는 세계적 권위의 호텔 평가로 5성호텔 시스템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암행 평가단이 매년 각 호텔을 방문, 900개에 달하는 평가기준에 따라 시설 및 서비스에 점수를 매겨 글로벌 관광업계에선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린다.
서울신라호텔은 한국이 처음으로 평가 대상국이 된 2017년부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첫 해 평가 당시 포시즌스호텔, 파크하얏트 서울과 함께 4스타 호텔로 선정된 이후 2018년 유일하게 5성급으로 인정받은 이후 지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국내 최대 호텔체인인 롯데호텔은 다소 체면을 구겼다. '6성급 호텔'로 화제를 끌며 럭셔리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이 몰리는 시그니엘 서울이 4스타를 받았고, 가장 상징성이 큰 롯데호텔 서울은 추천 호텔로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당초 시그니엘이 파크하얏트와 경합을 통해 5스타 반열에 오를 것으로 봤던 업계 전망과 달리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롯데호텔은 앞서 호텔 식음 최강자 자리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1월 열린 미쉐린 가이드에서 신라호텔 라연이 5년 연속 3스타를 유지한 반면, 한국 특급호텔 중 가장 오래된 한식당인 롯데호텔 무궁화는 별 획득에 실패했다.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가 1스타를 유지하긴 했지만, 토종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 분야에서 번번히 왕좌를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급호텔 필수요소인 럭셔리 투숙·식음 서비스에 대한 두 기관의 평가는 매년 국내외 호텔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벤트다. 별 갯수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값은 특급호텔 경쟁에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포시즌스·콘래드·페어몬트 등 해외 럭셔리 호텔의 상륙으로 치열해진 국내 호텔시장에서 토종 호텔로서 남다른 자존심 싸움을 벌여온 신라·롯데호텔 역시 그간 별을 잡기 위해 분주히 물밑 작업을 해왔다.
롯데호텔에게 다소 뼈 아픈 결과가 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롯데호텔이 메리어트·아코르처럼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 발돋움을 노리고 있단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국내외 32개 호텔에서 1만개가 넘는 객실을 운영하며 세계적인 호텔반열에 오른 롯데호텔에 있어 지적되는 약점이 바로 럭셔리 호텔로서의 무게감이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향후 5년 간 총 객실을 현재의 2배가 넘는 3만실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 등 동구권과 동남아에 호텔 포트폴리오를 미국·서유럽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럭셔리 서비스와 차별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상위 브랜드 시그니엘을 부산에도 개관하며 브랜드를 강조한 것이나, 미얀마 롯데호텔 양곤에 무궁화를 집어넣은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진출 전략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그니엘 대신 러시아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5스타를 받고 롯데뉴욕팰리스와 롯데호텔 모스크바가 4스타를 받은 것도 위안거리다. 그러나 국내외 호텔시장에서 '한국식 럭셔리'를 강조하기 위해선 신라호텔의 아성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경험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 트렌드가 커지는 만큼 얼마나 더 좋은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거나 투숙 서비스를 보유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쉐린 가이드나 트래블 가이드 지표는 침체된 호텔시장 회복 시 호텔운영이나 사업확장 측면에서도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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