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환수 노력의 결실.. 호렵도 중 최고작 공개"

장재선 기자 2021. 2. 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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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하는 작품은 우리나라에 전하는 호렵도(胡獵圖) 중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재를 외국에서 환수했다는 것도 의미 있는데, 그게 최고의 호렵도이니 참으로 기쁩니다."

"감염병 사태로 우리 전문가들이 미국에 가진 못하고 사진 등 각종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꼭 환수해야 할 문화재로 판단한 후 미국 현지서 관련 절차를 거쳐서 매입에 성공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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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환수해 18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하는 ‘호렵도 팔폭병풍’. 문화재청 제공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美서 되찾은 ‘호렵도 팔폭병풍’

오늘부터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淸 황제 사냥장면 정교하게 묘사

“김홍도 화풍 궁중 화가가 그려

들여올 때마다 피땀 나는 노력”

“이번에 공개하는 작품은 우리나라에 전하는 호렵도(胡獵圖) 중 최고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재를 외국에서 환수했다는 것도 의미 있는데, 그게 최고의 호렵도이니 참으로 기쁩니다.”

최응천(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18일 이렇게 말했다. 재단은 이날부터 문화재청과 함께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호렵도 팔폭병풍’을 일반에 공개한다.

‘오랑캐(胡)가 사냥하는(獵) 그림’이라는 뜻의 호렵도는 중국 청(淸)나라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조선 후기 호란 이후 청을 배척하면서도 문물 교류가 이뤄졌고, 정조(1752~1800)가 군비 무장을 강조하면서 호렵도 제작이 성행했다.

이번에 공개하는 호렵도는 지난해 미국 경매 시장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환수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감염병 사태로 우리 전문가들이 미국에 가진 못하고 사진 등 각종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꼭 환수해야 할 문화재로 판단한 후 미국 현지서 관련 절차를 거쳐서 매입에 성공한 것이지요.”

최 이사장에 따르면, 이 호렵도는 1950년대 선교사로 와서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던 미국인 캐슬린 크레인이 소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드리 헵번보다 더 예쁜 미인’으로 유명했던 크레인 교수는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실물을 보면 느끼시겠지만, 사냥 장면이 아주 정교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인물 모습과 폭포, 나뭇가지 등을 그린 준법이 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인 김홍도 풍인데, 그에 필적할 만한 당시 궁중 화가가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김홍도의 자인 ‘士能(사능)’이 쓰여 있는 것은, 후대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뜻에서 누군가 새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교 문화재 전문가인 최 이사장은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9년 1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수장이 됐다. 그는 전 세계에 3점밖에 없는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일본에서 환수해 지난해 7월 공개한 것을 큰 보람으로 꼽았다. 이 나전합은 그가 2005년 일본에서 발견하고 소장가 허락을 받아 이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한 인연이 있다. “미국을 떠돌던 조선시대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를 들여와 지난해 11월에 우리 국민에게 선보인 것도 뜻깊었습니다.”

재단이 현재까지 확인한 해외 소재 문화재는 21개국 19만3136점이다. 지난 2012년 재단 설립 후 지금까지 환수한 문화재는 40건 756점이다.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겠으나, 하나하나 들여올 때마다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최 이사장은 불법적으로 해외에 나간 우리 문화재는 기증받거나 매입하는 방법 등을 통해 반드시 환수하도록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국 유명 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지 전시 등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세계 각국 시민들에게 더 잘 알려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 데이턴미술관의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를 국내 기술로 보존 처리해준 것은 그 일환이지요.”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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