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부동산 '빅 브러더'.. 너무 큰 권한만큼 커지는 우려
부동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부동산거래분석원(분석원)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출범하면 부동산 불법행위가 줄면서 집값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정보나 신용정보 등 예민한 개인정보를 ‘모호한 기준과 법령’을 근거로 침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중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기획단)’이 출범한다. 이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한시로 운영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대응반)’을 정규 조직으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기획단 인력은 20~30명으로 기존의 대응반(15명)보다 늘어난다. 부동산 이상 거래 분석팀, 부동산 실거래 조사팀, 불법행위 수사팀 등 3개팀으로 구성돼 대응반보다 강력한 시장 감시 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기획단은 국토부뿐 아니라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경찰, 행정안전부 등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획단은 분석원이 출범하기 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기구다. 정부는 당초 분석원을 지난해에 출범한다는 목표였으나, 설립 근거를 담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기획단이 초석으로 마련됐다. 국토부는 "추후 법 통과 시 기획단을 분석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분석원의 설치 근거를 담은 법안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위원장인 진선미 의원 등이 공동 발의했고 정부와 협의도 거쳐 사실상 정부안이다.
법안에 따르면, 분석원은 부동산 이상 거래나 불법 행위를 분석·감시하기 위해 국세청, 금융감독원,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을 권한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의심되는 부동산 거래가 있다면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출계좌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국세청을 통해 세금 납부 내역도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법 부동산 거래 방지 등을 사용 목적이 타당하더라도 분석원이 권한이 과도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최시억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제출한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은 금융시장에 비해 시장의 특수성이나 거래의 복잡성이 크지 않다는 점 ▲현재도 검·경, 국세청, 금융위 등 소관 부처별 협력체계가 구축돼 조사·분석·수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이를 내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 ▲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 개입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최 위원은 "과세 정보와 금융·신용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자료 요청의 사유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신고 내용을 조사하고 신고 내용의 진실성이 의심돼 확인이 필요한 경우 분석원이 과세 정보와 금융·신용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밖에 최 위원은 "개인의 금융거래정보와 신용정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신고내용 조사 행위가 당사자의 동의를 배제할 정도로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분석원을 만드는 목적이 불법행위 근절이라고 하지만, 분석원이 수집한 중립적인 정보들을 정부가 잘못 해석하면 반시장적인 정책이 나오는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정상적 거래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왜곡됐으니 감독을 강화해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불법과 편법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오르락내리락할 만큼 과연 만연한 상황이냐"면서 "분석원이 필요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에서도 이런 기구는 없다"면서 "분석원이 필요한 사회적 합의나 근거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불법 부동산 거래를 살펴보겠다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역할로만 그쳐야 할 것"이라면서 "분석원이 시장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방향으로 기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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