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MB 불법사찰 철저 규명"..野 "DJ정부까지 조사하자"

신지혜 2021. 2. 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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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자신에 대한 사찰 문건 원본을 공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찰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 당내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사찰 여부도 조사하자는 '맞불 발언'도 나왔습니다.


■민주 "MB정부 불법 사찰,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을 것"

민주당은 국정원에 사찰 문건 공개를 요구하는 동시에, 특별법을 만들어 사찰을 금지하고 불법으로 수집된 과거 자료를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늘(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기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이명박·박근혜 정부 불법 사찰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사찰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 정보 수집을 금지하면서 공식적으로 중단된 거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박지원 국정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게 사실이라면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불법 사찰이 박근혜 정부까지 8년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지속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당시 국정원이 미행·도청 등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어제(17일) MBC 보도를 인용하며 "천인공노할 내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불법 사찰 논란이 오는 4월 보궐선거를 노린 정치 공세라고 반발 중인 국민의힘을 향해선 "연일 저급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MB정부 불법 사찰 의혹은 2017년 10월부터 시민단체 '내놔라 내 파일'이 국정원에 파일 공개를 요구해 시작된 것"이라며 "정치 공작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낯부끄러운 형태이며,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국민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 행위를 그대로 덮을 순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민의힘 "국정원의 정치공작…DJ·노무현 정부도 조사해야"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까지 함께 조사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전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서울중앙지검이 김대중 정부 국정원의 불법 감청 의혹을 수사할 당시 자신이 주임검사였다면서 "(당시) 국정원 사상 가장 조직적으로 불법 도청을 했음은 이미 사법부에서 명백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김대중 정부 국정원장이던 임동원·신건 전 원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법원은 2006년 7월 두 사람에게 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불법 도청이 없었다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발언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오는 4월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국정원이 '짬짜미'로 정치공작을 하려 한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회견에 함께 참여한 하태경 의원(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은 김대중 정부 당시 불법 도청을 당했던 인사 10여 명과 접촉 중이라며, 국정원에 도청 기록 공개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찰 논란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사찰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국정원이 정의당 배진교 의원(당시 인천 남동구청장)에 대해 작성한 문건 일부


■배진교 '사찰 문건' 원문 공개…무슨 내용 들었나?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 당시 인천 남동구청장이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국정원 사찰 문건 원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오늘 배 의원의 동의를 받아 해당 문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해당 문건 제목은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으로, 2011년 9월 15일 생성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배 의원의 '국정 저해 사례'로 "종북 좌파인물의 제도권 내 활동기반을 마련하고 종북 인물을 대거 기용", "지역 학부모 등 대상으로 전교조 출신 등 종북·좌파성향 인물을 강사로 초청해 지역사회 이념 오염 조장"을 들었습니다.

또 야당 출신 자치단체장들이 "좌편향 행정 등 이념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국가 정체성 훼손"했다며 "당·정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지자체장의 국익·정책 엇박자 행보를 적극적으로 견제 및 차단", "예산 삭감 등 실질적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문건에 명시했습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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